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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가 하는 택시 플랫폼은 하책 중의 하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6 18:40

수정 2022.02.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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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모두 약속
정작 정부가 할일은 소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택시 4단체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택시 4단체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택시업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택시업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공공 택시 플랫폼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후보는 16일 택시업계 간담회에서 "카카오 플랫폼 갑질은 제가 없애고 싶은 것"이라며 "전국 단위의 호출앱을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도 8일 택시기사들을 만나 "정부가 재정으로 출자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후보들이 택시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후보는 택시를 '도시의 탄광'에 비유하며 "완전한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준대중교통으로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인정은 택시업계의 숙원이다. 중간단계로 '준대중교통' 인정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택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는 심판이 동시에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물론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예컨대 전기·수도·도로·철도·항만·공항 등 공공프로젝트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 이때 정부는 심판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 해소가 가장 큰 임무다. 미국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을 통해 반독점을 엄히 다루기로 정평이 나있다. 석유 대기업 스탠더드오일을 잘게 쪼갰고(1911년), 통신공룡 AT&T는 마벨과 베이비벨로 갈랐다(1982년). 1998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분할 위기를 간신히 넘겼고, 최근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표적에 올랐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경제·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명저 '자유론'에서 정부의 간섭에 반대하는 첫째 이유로 당사자 우선주의를 들었다. "어떤 사업을 누가, 어떻게 할지는 당사자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자본을 투자하지 않은 공무원은 제3자일 뿐이다. 밀은 또 다른 이유로 "비대해진 정부 권력을 더 이상 강화시켜선 안 된다"는 점을 꼽았다. "관료가 모든 것을 장악한 사회에서 관료가 강하게 반대하는 일은 어느 것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시장의 힘은 반비례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규제공화국 한국이 좋은 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도입했다. 지난달 24일 자영업자 간담회에선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배달특급을 전국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를 도우려는 선의는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가 자꾸 사업을 벌이면 시작도 끝도 없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다 잘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듯 플랫폼 독과점을 보는 여론은 아주 나쁘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사업자로 나서는 건 과욕이다. 대선 표를 겨냥한 정치적 선심도 경계 대상이다.
진심으로 택시기사와 자영업자를 돕고 싶다면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제도를 고쳐라.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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