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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샴푸바를 쓰면

장은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10:21

수정 2022.02.21 10:21

별도의 용기가 필요 없는 샴푸바 사용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샴푸바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를 사용할 때에 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Photo by Alecsander Alves on Unsplash
샴푸바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를 사용할 때에 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Photo by Alecsander Alves on Unsplash

[파이낸셜뉴스] 파란 천막을 칭칭 두른 높다란 산을 본 적 있습니다. 안에는 쓰레기가 쌓여있다고 했습니다. 산 아래에는 썩은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환기구가 수십 개 있었습니다. 내가 버린 샴푸 용기가 떠올라 죄를 들킨 죄수처럼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분리수거 통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우유갑은 잘 씻어서 펼치고, 배달 용기도 말끔하게 씻었습니다. 플라스틱 샴푸 용기에서 라벨을 떼고 금속 스프링까지 기어이 분리해서 버렸습니다. 잘 버리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왔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샴푸바가 불러오는 작은 변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당장 샴푸바를 샀습니다. 고체 치약과 수세미 열매를 말려 만든 수세미, 면으로 만든 화장 솜과 대나무 칫솔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플라스틱 용기 샴푸와 튜브형 치약, 플라스틱 칫솔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있는 것을 잘 사용하는 것도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중에 하나를 다 썼을 때 로켓배송으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나 튜브형 치약을 급하게 사고 싶지 않았습니다.

생전 비누로 머리를 감아본 적 없기에 샴푸바를 사용하는 것은 낯설었습니다. 며칠은 머리카락이 뻣뻣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샴푸바에는 액체 샴푸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하는 방부제나 적당한 점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리콘 같은 화학 성분이 없다고 하니 며칠 더 써보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 샴푸바는 며칠 뒤 겨울철 난방기 아래에서 건조해질 대로 건조해진 두피를 촉촉하게 만들어주고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만들어줬습니다. 탈모가 의심되던 정수리에도 새싹같이 가늘고 짧은 모발이 돋아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극적인 성분을 덜어낸 샴푸바가 두피의 자생력을 키우는 듯했습니다.

고체 치약도 이에 닿자마자 거품을 내는 걸쭉한 제형의 치약에 비하면 입에 머금고 거품을 내는 과정이 있어서 번거로웠지만 이내 익숙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튜브형 치약의 얼마 남지 않은 내용물을 짜내려 기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파란 천막이 덮인 산의 높이를 단 1cm라도 낮출 수 있다면, 그런 산이 하나라도 덜 생긴다면 앞으로도 샴푸바와 고체 치약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지구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환경 운동가나 환경 단체가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moasis@fnnews.com 장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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