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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포스코 지주사 논란에 왜 정치가 끼어드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7 18:45

수정 2022.02.17 18:45

주총에서 89%가 찬성한
경영상 판단은 존중해야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11시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 지주사 본사 포항 설치 등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11시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 지주사 본사 포항 설치 등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 지주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확정했다. 지주사의 위치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로 정했다. 이를 두고 포항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급기야 대선 주자들까지 뛰어들면서 논란은 민감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지역 반발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해 최정우 회장은 취임사에서 50년을 넘어 포스코 100년을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포스코는 누가 봐도 철강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대전환의 시대에 철강만으론 한계가 있다. 최 회장 아래서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리튬, 니켈, 수소 등 시대를 앞서가는 신산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체계적 구조개편을 위해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최상위 본부로 지주사를 두고 그 아래 철강을 비롯해 신산업 관련 자회사를 죽 거느리는 형태다. 전체적으로 보면 철강에 편중된 현 사업구조를 고루 균형 잡힌 구조로 바꾸려는 구상이다. 포스코의 미래를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달 주총에서 출석주주들은 89.2%의 찬성으로 지주사 전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포스코홀딩스는 3월 2일 상장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지역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인 시위에 나섰고, 경북시장군수협의회는 16일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설립 중단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럴 만도 하다. 포스코의 뿌리는 포항이다. 포항에서 한국 경제의 기적이 시작됐다. 이러니 지주사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서울에 두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한 지역 신문은 사설에서 '매연은 포항에, 운영권은 서울로'란 제목을 달았다(매일신문 1월 26일자). 한마디로 실컷 이용한 뒤 알짜는 서울로 가져가려 한다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회사 측은 장차 핵심 자회사가 될 포스코의 본사는 여전히 포항이며, 인재유출·세수감소도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이 정도론 부족하다. 포스코가 포항·경북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좀 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주민 역성을 들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1일 페이스북에서 "균형발전 역행하는 포스코의 서울 본사 설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하순 경북지사·포항시장을 만나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4일 "포스코 지주사 본사는 포항에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의 경영간섭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지금 포스코는 창립 54년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섰다. 철강과 더불어 친환경 소재를 그룹의 양대 축으로 키우려 한다. 기업 일은 기업이 제일 잘 안다. 미래를 향한 조직개편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약 53%에 달한다. 자사주를 제외한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국민연금(9.7%)이다.
이들은 개편안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냈다. 시장경제에서 주주 의견은 최우선으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오로지 대선 표 때문에 포스코와 같은 국가대표급 기업의 앞길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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