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청기·인공 와우 정부보조금 한쪽만 지원 [갈 길 먼 청각장애인 복지 (上)]

김해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0 18:29

수정 2022.02.20 18:33

34만원→131만원 늘었지만
비용 부담 커 싼 제품 구매
5년마다 일부 모델에만 지원
보청기·인공 와우 정부보조금 한쪽만 지원 [갈 길 먼 청각장애인 복지 (上)]
정부의 보청기 지원이 사실상 기기 한쪽에 대한 지원금만 지급돼 청각장애인들이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인공 와우(기계 달팽이관)' 수술 지원도 외국의 경우 3~6년마다 100% 교체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쪽 귀에 한해 1회 구입비만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청기 지원금, 한쪽에만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청각장애인은 2020년 기준 44만732명에 이른다. 이들 중 74%는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A씨(29)가 1년 전쯤 구입한 보청기는 400만원에 달했다. 가장 좋은 모델이 아닌 것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는 청각장애인에 5년마다 '보청기 공적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거 34만원에 그치던 지원금은 지난 2015년 131만원으로 4배 가까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보청기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 지원금은 보청기 한쪽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에 따르면 19세 이상 청각장애인은 양쪽 보청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0~19세 청각장애인은 전체 청각장애인 인구의 1%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본인의 청력에 부적합할 수 있는 저렴한 보청기 또는 구형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9월 개정된 조항에 따라 보조금이 5년마다 일부 모델에만 지원되는 것도 문제다. A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도 전에 쓰던 보청기를 산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데다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 줄어서였다.

보청기 수명은 5년 정도지만 계속 피부에 닿는 특성상 금세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나는 일이 잦다. 한국청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제조사는 보통 2~3년간 무상 보증을 하고 판매 센터는 청소·건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도시가 아닌 지역에는 병원이나 보청기 수리센터가 거의 없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인공 와우도 한쪽 귀에만 지원

인공 와우 수술도 19세 이상은 한쪽 귀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보험 수술을 받으려면 한쪽 귀에 수천만원을 써야 한다. 보청기처럼 내구연한이 있지만 5년마다 보조금이 나오는 보청기와 달리 인공 와우는 수술 후 1회에 한해서만 구입비의 80%에 한해 지원된다. 해외의 경우 호주와 영국, 독일 등은 3~6년마다 교체 비용 100%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우승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 등은 지난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각장애인 인공와우 급여기준 개선 건의'를 전달했지만 "'인공와우 급여개수를 보청기와 유사한 방식의 급여기준 개선 적용'할 경우 많은 국가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바, 현행 급여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적 영역에서 해결되지 못한 인공 와우 수술 문제는 기업·유명인 기부 등에 의존하고 있다.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장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에게 수술·재활비를 지원하는 '인공달팽이관 수술비 지원사업'이 2005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지원 대상자가 미미한 것으로 안다"며 "예산 불용이 발생해 사업을 일몰시키는 지역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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