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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강 건너 불구경' 아닌 우크라사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0 19:00

수정 2022.02.20 19:00

[강남시선] '강 건너 불구경' 아닌 우크라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밀집한 러시아 10만 대군의 행보에 전 세계 증시와 현물시장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가뜩이나 연초부터 부진한 뉴욕증시 장세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 시장의 폭락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 모스크바 턱밑에 나토군이 집결하게 된다.
이럴 경우 수십년째 철권통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몽골의 습격으로 비옥한 땅 키예프에서 쫓겨나 척박한 동쪽으로 이동해 세운 나라가 모스크바공국이다.

푸틴 정권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운명의 날' 시계는 계속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향해 강공을 펼치고 있는 미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패권경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까지 함께 상대하기는 버겁다.

미국이 유럽보다는 중국과 북한 등 동북아 정세에 더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자국 내 정치권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북한 미사일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조차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유럽 국가들에 맡겨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선 자국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산업과도 관련이 있다. 반도체 핵심소재 중 하나인 네온과 팔라듐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생산된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네온은 전 세계 수입처 중 1~2위를 오가고 있다. 러시아는 팔라듐 1위 생산국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메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머릿속에 떠올리기조차 싫은 '핵 공포'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긴장 속에서 핵훈련까지 돌입했다. 전 세계에서 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 간의 세계 3차대전은 파국만이 있을 뿐이다.
온 인류가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적극 개입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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