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격이 일어나면서 국제 유가가 불안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의 군사긴장, 긴축적 통화정책에 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미국 뉴욕증시 참여자들은 좌불안석이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12월 1일 이후 40% 뛰면서 배럴당 91달러선에 서 있다. 우크라 불안이 고조된 지난주 한 때 2014년 이후 최고까지 올랐다가 이란산 핵합의 전망에 다소 내려왔다. 국제유가 기준인 북해 브렌트유 역시 거의 7년 만에 최고까지 치솟았다.
◇우크라 불안->유가 상승->美 물가 상승->연준 긴축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폭격소식이 전해지며 이번주 유가는 급격하게 오를 위험이 크다. 갑자기 치솟는 유가는 주식시장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소비자들 역시 비용 부담이 커지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또 유가 상승은 이미 크게 오른 물가에 추가 상방압력을 가하며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더 공격적 긴축을 불러 일으킬 위험까지 키운다.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를 넘기고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하면 뜨거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열기를 더해 주식시장은 진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스파트탄자본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말했다. 이는 연준이 훨씬 더 공격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주식시장에 즐겁지 않은 시나리오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미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수요가 회복되며 오름세였다. 여기에 세계 주요 원유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군사긴장을 고조시키며 유가상승에 기름을 붓는 분위기다. 지난주 초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불안이 고조되면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증할 수 있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이 가라 앉으면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예상했다.
높은 유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거의 40년 만에 최고로 오르는 데에 상당히 일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로 7.5% 상승했는데 이 지수의 에너지 하위 항목은 27%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세를 지속하면 전체 CPI를 0.3%포인트(p) 높인다고 옥스포트이코노믹스는 추산한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트잔시스 최고 미국 금융이코노미스트는 "유가상승은 소비자 물가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며 "그러면 연준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뉴욕증시의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올들어 8% 떨어졌고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금리)는 4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뛰어 1.9%를 넘겼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가격에 반영한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제로(0~0.25%) 대비 1.5%p 높다.
◇소매판매 늘어도 소비심리 하락
높은 유가는 이미 기업과 운전자들에게 비용 상승을 유발했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3.48달러로 한 달전에 비해 18센트, 일 년전에 비해 98센트 올랐다.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유가 상승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살펴야겠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지만 이달 초 소비자심리는 10년 넘게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 오는 25일에는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수 개인소비지출(PCE)이 나온다.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지난 몇 년 동안 재정부양으로 치솟았던 재량소비가 서서히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자문의 마이클 애론 최고투자전략가는 말했다. 유가 상승이 석유기업의 어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S&P500의 전체 어닝은 주당 1달러 상승효과가 있다고 DWS그룹의 데이비드 비앙코 미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말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에 호조이지만 항공사를 비롯한 기업 실적은 낮출 가능성이 있다.
S&P500의 에너지 업종은 올들어 22%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의 설문은 에너지 종목의 자산배분은 2012년 3월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고 나왔다.
하지만 유가는 이미 7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에너지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훨씬 낮다. 따라서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에너지 종목의 이익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덥힐 가능성이 높다. 비앙코 CIO는 "침체 없이 유가가 오르면 S&P 이익이 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며 "게다가 연준이 물가와 싸우는 와중에 유가 상승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주 예정된 주요 지표와 어닝 일정이다.
◇21일
-대통령의 날 휴장
◇22일
-어닝: 홈디포, 메이시스
-지표: S&P-케이스쉴러 주택지수, 주택건설협회 주택지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서비스 PMI, 소비자신뢰
연설: 메레디스 블랙 댈러스 연준 총재 대행,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
◇23일
-어닝: 이베이, 로우스, 허츠글로벌
◇24일
-어닝: 알리바바, 다임러, 모더나, 엣시, 코인베이스, 델테크놀로지, 비욘드미트
-지표: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 4분기 성장률(잠정치), 신규주택판매
-연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 바킨 리치몬드 연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
◇25일
-어닝: 풋록커
-지표: 내구재주문, 개인소비지출(PCE), 잠정주택판매, 소비자심리
◇26일
-어닝: 버크셔해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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