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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어쩌다 공무원’의 파행적 운영 유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18:05

수정 2022.02.21 18:05

[fn광장] '어쩌다 공무원’의 파행적 운영 유감
배 모 전 경기도 사무관, 김원웅 전 광복회 회장,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언론에 보도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공무원사회에 어공, 늘공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등장했다. 쉽게 말하면 늘공은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 어공은 별정직 공무원이나 계약직 공무원 등 임시직 공무원을 말한다. 그런데 일부 기관장이 어공 제도를 선거 전리품처럼 악용해 자격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자신에 대한 충성도와 선거 기여도로 주변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임용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과잉 의전' 논란의 주인공인 배 모 사무관은 이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 되자 7급, 경기도 지사가 되자 곧 5급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녹취를 통해 밝혀진 배 사무관의 업무는 대부분 공적 업무가 아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음식 배달, 장보기, 친척 선물 구매 등 온갖 사적 업무를 도맡아 했다.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내부의 문제가 드러났다. 어공들이 시장 친위부대처럼 행세하며 사건을 감추고 키웠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시 전직 고위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과 가까운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대거 채용하여 비서실에 배치하고, 이들 정무라인이 서울시 인사를 좌지우지했어요." 그런 조직문화에서 아무도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피해자를 챙기라고 임명된 임 전 젠더특보는 피해자보다 시장을 먼저 챙긴 정황도 밝혀졌다. 하지만 어공을 한꺼번에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문성과 자질을 발휘해 인정받은 어공도 많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필자가 모신 장관님이 간부 회의에서 인사방침을 발표했다. 국장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외부에서 발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조직에 메기를 하나 풀어야겠어요"라고 취지를 밝혔다. 조직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라는 의미였다. 정말 그 국장은 본인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에게 점수를 매기라고 하면 100점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나와 일했던 어공들은 임명권자보다 국민에게 더 충성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어공들과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임명권자, 즉 기관장이었다. 기관장의 어공에 대한 인식과 운영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어공들을 나무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운영하고 묵인한 기관장들부터 쇄신돼야 한다.
어공 제도의 목적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기관장을 교육하고, 채용절차나 교육 등 인사제도도 촘촘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최고 결정권자의 잘못된 인식이 제도를 파행적으로 운영시켜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에 큰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에서 권력자들의 인사 전횡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더 생겨서는 곤란하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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