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벌써부터 당선 뒤가 걱정이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18:05

수정 2022.02.21 18:08

[곽인찬 칼럼] 벌써부터 당선 뒤가 걱정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이 계획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함성득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는 "5개년 계획은 원래 이승만 대통령 당시인 1958년부터 부흥부가 중심이 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며 "4·19 직후 민주당 장면 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제1차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입안했다"고 말한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이승만이 초등교육 의무화(1948년)로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을 양성하고, 토지개혁(1949년)으로 사회 불평등을 완화한 것도 5개년 계획을 성공으로 이끈 밑거름이 됐다.

대형 프로젝트가 정권을 뛰어넘어 완성된 사례는 숱하게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3대에 걸쳐 이뤄졌다. 유치계획은 박정희, 개최권은 전두환, 실제 개최는 노태우정부 때다.
월드컵은 김영삼이 1992년 공약으로 내놨고 4년 뒤 개최권도 땄다. 4강 신화는 2002년 김대중정부 때 나왔다. 남북 정상회담은 노태우 시절 처음 나왔고, 김영삼은 1994년 평양에 가기로 날짜까지 정했으나 김일성 주석이 돌연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에게 돌아갔다.

함 교수는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이 줄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전직 대통령 죽이기'를 꼽는다. 전직을 때리면 필연적으로 지지층의 반발을 부른다. 여론은 둘로 쪼개지고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 분열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죽자 사자 싸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은 1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의 미래, 균형발전의 중심 전북!’ 집중 유세에서 '부스터 슛'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은 1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의 미래, 균형발전의 중심 전북!’ 집중 유세에서 '부스터 슛'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좋게 말하는 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윤 후보가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아마 역사상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정권에 등을 돌리는 순간 칭송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재명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주술공화국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좋게 말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후보가 누구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안동에서 성남으로 온 이재명은 곧장 공장에 나갔다. 소년공으로 일하다 그만 왼쪽 팔이 굽는 사고를 당했다. 어렵게 공부해서 인권변호사가 됐고,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 후보를 오로지 욕쟁이에 대장동 의혹의 주범으로 몰아붙인다.

이래선 당선 이후가 염려스럽다. 벌써부터 무슨 당선 뒤를 걱정하느냐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또 실패한 대통령 소리를 들을까봐서다. 무엇보다 통합이 걱정이다. 함 교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입법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다수당이라고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소수당이라고 야당 탓만 해선 실적을 낼 수 없다.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투표일까지 보름가량 남았다. 하루 한 번만이라도 이재명·윤석열이 상대의 좋은 점을 말하면 어떨까? 세상 물정 모르는 글쟁이의 몽상이라고? 두 후보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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