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가 정권을 뛰어넘어 완성된 사례는 숱하게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3대에 걸쳐 이뤄졌다. 유치계획은 박정희, 개최권은 전두환, 실제 개최는 노태우정부 때다. 월드컵은 김영삼이 1992년 공약으로 내놨고 4년 뒤 개최권도 땄다. 4강 신화는 2002년 김대중정부 때 나왔다. 남북 정상회담은 노태우 시절 처음 나왔고, 김영삼은 1994년 평양에 가기로 날짜까지 정했으나 김일성 주석이 돌연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에게 돌아갔다.
함 교수는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이 줄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전직 대통령 죽이기'를 꼽는다. 전직을 때리면 필연적으로 지지층의 반발을 부른다. 여론은 둘로 쪼개지고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 분열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죽자 사자 싸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좋게 말하는 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윤 후보가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아마 역사상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정권에 등을 돌리는 순간 칭송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재명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주술공화국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좋게 말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후보가 누구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안동에서 성남으로 온 이재명은 곧장 공장에 나갔다. 소년공으로 일하다 그만 왼쪽 팔이 굽는 사고를 당했다. 어렵게 공부해서 인권변호사가 됐고,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 후보를 오로지 욕쟁이에 대장동 의혹의 주범으로 몰아붙인다.
이래선 당선 이후가 염려스럽다. 벌써부터 무슨 당선 뒤를 걱정하느냐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또 실패한 대통령 소리를 들을까봐서다. 무엇보다 통합이 걱정이다. 함 교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입법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다수당이라고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소수당이라고 야당 탓만 해선 실적을 낼 수 없다.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투표일까지 보름가량 남았다. 하루 한 번만이라도 이재명·윤석열이 상대의 좋은 점을 말하면 어떨까? 세상 물정 모르는 글쟁이의 몽상이라고? 두 후보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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