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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외식가격 공표하면 물가가 잡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18:05

수정 2022.02.21 18:05

자영업자 "또 희생양" 반발
원활한 재료 공급이 먼저
치솟는 물가에 정부가 오는 23일부터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의 모습. 사진=뉴스1
치솟는 물가에 정부가 오는 23일부터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의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23일부터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주요 외식 품목의 가격과 등락률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공개한다. 공개될 품목은 김밥, 햄버거, 떡볶이, 치킨, 갈비탕, 설렁탕, 삼겹살, 커피, 피자 등 총 12개로 선정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제도 시행을 발표하면서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담합 등 불법인상,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시장감시 노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방위로 무섭게 뛰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넉달째 3%대를 기록 중이다. 넉달 연속 3%대 상승률은 거의 10년 만이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했고 공공요금, 전셋값, 외식비 등 안 오른 품목이 없었다. 뜀박질하는 물가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7.5% 급등, 40년 만에 최고였다.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로 꽉 막혔던 일상이 서서히 풀리면서 시장에 수요는 늘었지만 각종 글로벌 불안요소로 원자재 공급은 계속 차질을 빚은 탓이 크다. 팬데믹 초기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실시한 경기부양책 역시 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요인이다. 기름값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서울 휘발유 평균가격은 21일 오전 L당 1801원까지 올랐다. 1800원대 기록은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순식간에 2000원이 뚫릴 수 있다.

외식업체 가격을 감시, 통제하는 정책으로 고삐 풀린 물가를 잡겠다는 발상은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1월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은 5.5%로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 생선회, 소고기 등 39개 외식품목 물가가 전년 대비 모두 상승했다.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식자재 등 재료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농산물은 4.6%, 축산물은 11.5%나 올랐다. 확 불어난 연료비, 인건비 역시 외식 가격을 밀어올렸다. 결국 공정비용이 올라 외식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그 가격을 공개한다고 해서 물가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보여주기 행정으로밖에 안 보인다.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물가정책에서도 희생양이 돼야 하는 것이냐며 반발한다. 외식업 종사자들이 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비치는 것도 억울하다. 전방위 물가상승 예고는 진작부터 나왔다.
원자재, 농산물 등이 수급에 차질 없게 공급망 관리를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근원적 처방을 서두르는 게 맞다. 툭하면 업체들을 불러 가격인상을 틀어막는 것도 철 지난 방식이다.
전시행정이 아닌, 실효성 있는 물가관리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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