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선거앞 또 예산 퍼주기…'적자 곳간' 지키는 기재부는 한숨 [추경 16조9000억 풀린다]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21:58

수정 2022.02.21 21:58

정치권, 소상공인 지원 공감대
野도 입장 바꿔 예산안 처리 합의
기재부 반발에 추가증액 막았지만
대선 후보들 벌써 다음 추경 예고
국채 증가 등 재정악화 나몰라라
선거앞 또 예산 퍼주기…'적자 곳간' 지키는 기재부는 한숨 [추경 16조9000억 풀린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퍼주기가 폭주하고 있다. 여야는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대선 매표용 퍼주기 예산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나랏빚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추경에 나라살림 적자 폭이 2년간 100조원을 넘어섰는데 정치권은 퍼주기만 할 뿐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도 증세 등 대책 마련 없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며 빚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경'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정부안 대비 3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예산결산특위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기습적으로 단독처리할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은 '날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며칠 만에 합의처리로 선회한 것은 대선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안보다 늘어난 예산은 감염취약계층 600만명 대상 자가진단키트 지원, 재택치료자 대상 치료키트 제공, 특고·프리랜서 등 그동안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취약업종·계층 140만여명에게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추경 규모는 당초 정부안 14조원에서 16조원+알파(α), 17조5000억원으로 점차 늘었다. 정치권의 계속되는 증액 요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물가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지대해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4조원 규모로 국회에 제출했다"며 증액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민주당은 35조원 이상, 국민의힘이 40조원 이상 추경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완강한 반대로 17조원 수준으로 결국 한발 물러나게 됐다. 추경 재원은 14조원의 정부안에서 발행키로 한 11조3000억원의 국채 외에 추가 적자국채 발행은 없다. 예비비와 기금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한다.

국가채무 급증 문제와 국채금리 시장 혼란, 인플레이션 확대, 국가신인도 악화 등 부작용을 추경 확대 불가 이유로 내세운 홍 부총리가 반절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 적자 나몰라라 한 대선공약

이번에는 그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하지만 나라곳간을 지키는 기재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난무하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포(표)퓰리즘 공약'을 감안했을 때 재정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수지 악화가 만성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1인당 기본소득 연 100만원, 주택 311만가구 공급, 만 18세까지 아동수당 지급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병사 월급 200만원, 부모수당 1200만원 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을 밝히라는 요구에 이 후보는 5년간 '300조원 이상', 윤 후보는 '266조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 증세 등 세부적 재원마련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유력 대선후보들은 벌써부터 다음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재정이 후보들의 공약을 다 담을 만큼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은 30조원으로 추정된다. IMF 관리체제(외환위기) 후 3년 연속 적자다. 빠른 경기회복, 부동산 값 급등 등 이른바 세수호재로 소득세가 2020년 대비 21조원 더 걷히는 사상 최대의 총수입에도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으로 70조8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가채무 또한 10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1차 추경안으로 계산할 경우 올해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 달한다.

올해도 정치권이 계속해서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재정수지는 악화될 것"이라며 "(증세 등은 쉽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수지 악화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