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車 공급망 '비상'… 러 제재땐 수출대금 회수 차질 [우크라이나 전운 산업계 긴장]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2 18:24

수정 2022.02.22 18:24

美, 러 향하는 소비재 통제 검토
한국·유럽산 제품도 타격 불가피
국내기업 원자재 수입도 악영향
반도체·車 공급망 '비상'… 러 제재땐 수출대금 회수 차질 [우크라이나 전운 산업계 긴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제재에 착수하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반도체·자동차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쟁 발발 시 당장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현지사업장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한국산 반도체 등의 수출과 러시아·우크라이나산 원자재 수입이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러시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원재료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한국산 부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러시아 현지 한국기업 생산법인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 등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동반될 경우 수출대금 회수 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차 등 제재 영향권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부 희귀품목의 수급차질이 우려된다.

우선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필수원재료인 희귀가스 네온(Ne)과 크립톤(Kr)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 비중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공급망에 대한 변수가 생겼다는 점에서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실시간으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시작될 경우 동맹국인 한국의 수출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소비재의 러시아 수출통제를 검토 중인데, 여기에는 미국 반도체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유럽 등 외국산 제품도 포함된다.

무역협회는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한국산 반도체 수입이 막혀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될 경우 한국 기업은 대금결제 지연·중단에 따른 손해와 우회결제로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165만대였고, 이 중 현대차·기아는 약 38만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간 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대부분은 러시아 내수용으로 판매하며 일부 수출도 하고 있다. 또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지적 충돌 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러시아 내수판매가 10%, 전면전으로 확대 시 29% 감소할 것이라는 게 KAMA의 예상이다. 특히 국내 수출물량도 일부 있는 데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유럽과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데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부품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가전공장을 운영 중이며 우크라이나에는 판매법인이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에 TV와 세탁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원자재 요동·무역적자 지속

천연가스·원유 수출대국인 러시아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운이 가져다주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이점으로 대치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미국은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인프라 법안 등 국내 이슈를 러시아로 전환시킬 수 있고, 전 세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기량과 미국의 역할을 강조할 기회"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장악력과 나토의 동진 중단과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관) 승인 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폭은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러시아 병력이 흑해 및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했다고 발표된 지난해 11월 초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ICE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60.3%(대신증권 21일 기준), 18.6% 상승했다.
석탄 20.17%, 금 15.23%, 구리 7.40%, 알루미늄 7.28%, 니켈 5.86% 상승했다. 금과 알루미늄 등 가격은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이에 따라 2개월째 무역수지 적자인 우리나라의 타격도 우려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임광복 김영권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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