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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인도태평양전략과 한국경제의 미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2 18:33

수정 2022.02.22 18:33

[서초포럼] 인도태평양전략과 한국경제의 미래
2022년 2월 12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였다. 당시 베이징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었는데 미국의 발표는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이 2월 4일부터 20일까지 대회기간의 가장 가운데 날짜에 이루어졌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지역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구상에는 역내 번영 및 연결성 증진, 안전성 및 회복력 강화가 포함되었다. 이를 위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동맹국 및 역내 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겠다고 한다.

중국이 경제력과 외교력, 군사력, 기술력을 활용해 역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인권과 국제법은 물론 그간 인도태평양지역의 번영과 안정에 기여해온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점을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인도태평양전략은 미중 패권 경쟁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적 토대이자 이를 통해 동맹국의 결집과 역내 파트너 국가들의 미국 편들기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유산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인'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부터 시작된 '중국 봉쇄(containing China)' 전략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목적 달성을 위한 실체적 수단과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 물론 동맹과의 협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행동계획(action plan)을 포함하고 있으나 오바마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중국 정책의 최전선에 두고 협정 타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나 트럼프 정부 시절 인도를 지역안보의 전략적 핵심국가로 부상시키는 등의 구체성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인태전략의 상당 부분을 외교안보 분야에 치중하면서 경제통상 정책은 향후 발표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로 미루어두었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통상정책에는 노동과 환경 기준 강화, 디지털 경제와 국경 간 데이터 이동,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통한 회복력 있고 안전하며 예측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1세기 경제활동을 지배할 규범 제정을 위해 역내 경제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미국의 구상에 중국은 빠져 있다. 미중 간 디커플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의 고심도 커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로 인해 보건위험이 예상보다 더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과 탈탄소 정책, 디지털 전환 등 세계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글로벌 의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중 간 대결구도는 이들 의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해결책 모색에 어려움을 가중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역내에서 동맹의 역할 확대를 주문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한쪽을 선택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중국경제의 급성장과 시장규모의 확대에 더해 예전처럼 보장해줄 것이 많지 않은 미국의 요청이 인도태평양지역 내에서 큰 반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국내는 물론 해외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경제안보를 확보하면서도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미중 패권경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한국경제의 운명과 미래가 걸린 일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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