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푸틴, 부패로 러서 위상 하락…우크라 사태로 '크림반도 효과' 노린다"

뉴스1

입력 2022.02.23 15:44

수정 2022.02.23 15:44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이유는 과거 소련 시절에 향수를 갖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시선을 국내 정치 문제에서 돌리기 위해서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러시아 전문 언론인 데이비드 새터는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전쟁을 위협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새터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외국을 침략하는 일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에도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크림반도 합병은 '강력하고 위대한 러시아'로의 복귀로 받아들여졌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에서 80%로 급상승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도 러시아인들이 걱정을 잊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일종의 '크림반도 효과'를 재창조하기를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터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구조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권을 중심으로 러시아인을 통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에는 대규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체포됐을 때 그가 제작한 탐사보도 다큐 '푸틴의 궁전: 역사상 최대 뇌물의 역사'를 보고 항의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났다.

부패에 대한 러시아 대중의 불만은 수년간 누적된 것이다. 이러한 부패의 상당 부분은 푸틴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2017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총리가 12억달러를 횡령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모스크바 시위대는 "푸틴은 도둑"이라고 외치며 대통령도 비난했다.

새터는 소련이 몰락한 후 과거 세계 초강대국 시절에 동경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심리를 푸틴 대통령이 잘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그들이 강력한 국가의 시민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그들의 정체성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한 진보 성향의 러시아 언론인은 새터에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대를 집결시키자 정권과 다투는 러시아인들조차 그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강력했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다만 새터는 푸틴 대통령이 부패한 정권을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과소평가하고 선을 넘을 위험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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