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고도 40~70㎞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 또는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한 우리 군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이 어느덧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23일엔 L-SAM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첫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L-SAM이 전력화되면 고도 15~40㎞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과 '천궁-Ⅱ', 40~150㎞를 담당하는 주한미군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결합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또한 사실상 완성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후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선 현재 우리 군이 개발 중인 L-SAM과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시험발사가 진행됐다.
KAMD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밑그림을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현재의 계획이 완성됐다.
KAMD의 주요 요격 목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본체에 탑재된 제트엔진의 힘으로 자체적인 추진력을 얻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과 달리 로켓엔진의 힘으로 일정 고도까지 올라간 후 분리된 탄두가 관성과 중력에 따라 표적을 향해 낙하한다.
탄도미사일의 비행 단계는 일반적으로 '상승(추진)→중간→종말단계'로 구분한다. 로켓엔진의 힘으로 상승하는 단계는 시간이 짧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요격이 쉽지 않다. 우리 군의 상승단계 요격탄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로켓 추진체로부터 분리돼 고도 100㎞ 이상 상공에서 정점에 다다른 뒤 하강해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까지 '중간단계'에서도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우리 수도권에 닿는 시간이 수분에 불과한 한반도 전장 환경을 고려할 때 현 기술 수준에선 중간단계 요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KAMD는 종말단계 요격 역량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으로 나눈 다층 방어체계로 다듬었다. 상층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하층에서 다시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우리 군은 고도 40㎞ 이하 방어를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산 신형 PAC3를 도입했고, 기존의 구형 패트리엇(PAC2) 개량사업도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고도 20~40㎞에서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 미사일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하층 방어를 위한 중첩 요격 수단을 이미 갖춘 셈이다. 군 당국은 차세대 '천궁'(천궁-Ⅲ)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L-SAM은 KAMD의 핵심 전력이다. L-SAM 개발 사업은 2009년 국방기본계획에 에 처음 반영된 뒤 2024년 체계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따라 당초 2027~28년으로 예상했던 실전배치 시점은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L-SAM의 요격가능고도를 사드급으로 높인 L-SAM2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L-SAM 조기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L-SAM 개발 및 전력화가 완료되기 전까진 우리 군의 독자적인 상층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가 있지만 사드는 사거리가 200㎞ 수준이어서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가 있는 경기도 평택 이남 지역만 방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는 수도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사드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사드를 추가 배치할 경우 부지 선정에서부터 실제 배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L-SAM 개발 보다 길어질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국방부는 "현재로선 한미 당국이 사드의 추가 배치를 계획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고도 10㎞ 이하에서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장사정포탄을 방어할 LAMD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우리 군의 LAMD 개발은 국산 함대공미사일 '해궁'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AMD가 계획대로 완성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북한의 '변칙기동'이 가능한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이나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막기엔 역부족일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군집드론을 생화학무기 살포 등 목적으로 무기화할 경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이 KAMD 구축과 더불어 레이저 대공무기와 고출력 전자기파(EMP) 대공무기 개발·도입을 추진 중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날 안흥시험장에선 L-SAM, LAMD와 더불어 레이더 대공무기 시험도 함께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개발 외에도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을 통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전력이 증강되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 전략과 미사일 대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