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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 대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3 18:38

수정 2022.02.23 18:38

[재팬 톡]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 대가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지난 2020년. 일본의 한 영세업체 사장이 "일본 정부에서 200만엔의 코로나 지원금을 받았다"며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고 했다. 이 지원금의 명칭은 '사업 지속화 급부금'이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에게 '망하지 말 것이며, 고용을 유지하라'고 나눠준 돈이었다. 원화로 약 2000만원 넘는 돈을 한두 업체도 아니고, 조건만 맞으면 거의 대부분 다 나눠줬다는 얘기에 '뭐 이런 게 다 있나'라고 생각했다. 이 업체는 이후에도 '갚지 않아도 되는' 지원금을 수차례 받았고, 망하지 않았으며, 고용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자 본지 9면 '글로벌리포트'에 등장하는 사례 중 한 곳이다.


사정은 음식점도 다르지 않았다. 도쿄 미나토구 한 작은 식당의 사장은 세금신고 당시 자필로 적어놨던 '휴업·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협력 지원금' 내역을 공개해줬다.

합산해 보니 2년간 약 1600만엔(약 1억6600만원)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액수가 너무 커서 "이게 맞느냐"고 두어번 되물었다. 액수 자체가 한국과 너무도 큰 차이가 났다. 후에 이보다 규모가 큰 점포 측에서 2년간 총 4000만엔(약 4억146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확인해주고 나서야 이 숫자들이 '매우 평균적인 액수'임을 알게 됐다.

그러면 일본처럼 억대로 주는 게 맞느냐. 한국이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말이다.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이지 않으냐" "일본의 국가부채가 세계 최대 아니냐" "대선을 앞둔 매표행위 아니냐" "원화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일본처럼 줄 순 없다" "미래세대에 짐이 될 것이다" 다 맞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자국의 국가부채를 우려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해서 '국민세금을 축내는 것'이라는 식의 비판을 입 밖으로 잘 꺼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생계확보를 위해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절박함, 이에 대한 공동체의 묵인이 있었다고 보인다.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이다. 국가가 비상시국에 개인의 자유·경제활동을 제약할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보상,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재정건전성은 지켜야 할 매우 중대한 목표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 중 누군가에게 제약이 따랐다면 그 희생은 결코 공짜가 돼서도, 일방적 고통분담 행위가 돼서도 안될 것이다. 이는 역으로 국가의 개입행위는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라는 비상시국을 통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보게 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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