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LG도 태양광 철수, 중국산 독주 막을 방안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3 18:38

수정 2022.02.23 18:38

기업으로선 현명한 선택
국가 전체로 보면 불안감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23일 밝혔다. LG전자의 100kW급 태양광 발전용 올인원 ESS(에너지저장장치) 제품 사진(LG전자 제공). 사진=뉴스1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23일 밝혔다. LG전자의 100kW급 태양광 발전용 올인원 ESS(에너지저장장치) 제품 사진(LG전자 제공). 사진=뉴스1
LG전자가 태양광 패널사업을 오는 6월 말 종료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0년 이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만이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매출과 이익이 뒷걸음치자 내린 단안이다. 이에 따라 2050 탄소중립 기치를 내걸고 탈원전과 함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진흥하려던 현 정부의 구상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LG전자 측은 이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과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의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의 최소 단위인 셀 여러 장을 연결해 패널 형태로 제작한 것이 태양광모듈이다. 이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태양광사업을 사실상 접는다는 뜻이다.

지난 수년간 LG전자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대였다. 값싼 원자재와 인건비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 업체에 밀려서다. 더욱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저가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비용도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다. 이런 제반 여건을 감안해 회사 측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내린 결단인 셈이다.

이 같은 결정은 개별 기업 입장에선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한 태양광 시장의 중국 독점은 다른 차원에서 큰 문제다. 현재 태양광 가치사슬의 전 단계에서 중국의 입지는 압도적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겨우 모듈에서만 7%로, 중국 다음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LG전자마저 사업을 접으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는 결정적으로 꼬이게 된다.

이는 탈원전을 기반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진흥에 '올인'한 문재인정부가 허상을 좇고 있음을 가리킨다. 최근 수십기의 원전을 짓고 있는 중국은 그도 모자라 신장위구르에서 값싼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로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열세인 처지라 정부가 태양광발전을 독려할수록 중국 업체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을 보면 여권 전체가 여전히 태양광이 처한 딜레마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인상이다. 물론 "지금 이 타이밍에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 꼭 필요한가?"라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비판에도 '여권=친중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졸음쉼터 화장실 센서를 돌릴 전력을 만들려고 패널 설치와 관리에 고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난센스다. 특히 여기에 화력발전 전기로 만든 중국산 부품을 주로 사용한다면 탄소중립이란 글로벌 어젠다에도 배치된다.
태양광·풍력 등을 맹신하다 에너지안보에 구멍이 뚫리자 원전·재생에너지 병행 노선으로 회귀한 유럽국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