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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러 우크라 침공, 경제에 '퍼펙트 스톰' 오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4 18:05

수정 2022.02.24 19:41

고금리·고물가·고유가 겹쳐
정부와 대선주자 힘 모으길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24일(현지시간)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24일(현지시간)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러시아가 인접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군사 기반시설을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새벽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만이 이 공격이 가져올 죽음과 파괴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단결해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24일 코스피는 2%, 코스닥은 3% 넘게 급락했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체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원 환율도 달러당 12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흔들렸다. 통상 대형위기가 터지면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 비기축통화인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

진짜 걱정은 유가다. 24일 국제유가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7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원부국이다. 무력충돌이 확산되면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엔 예삿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1.25%)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동시에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2%)보다 무려 1.1%포인트 높은 것이다. 물가만 보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 게 맞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와 성장률 사이에서 이번엔 성장률에 무게를 두는 결정을 내렸다.

나쁜 일은 겹쳐서 오게 마련이다. 간신히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가 싶더니 고물가와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악재가 거푸 덮쳤다. 기름값 고공행진까지 가세하면 가히 퍼펙트스톰급이다. 하필이면 이런 일이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임기 마지막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러시아 제재 동참은 민감하지만 불가피하다. 24일 외교부는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하면 대러시아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같은 뜻을 밝혔다. 올바른 선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자국으로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이웃 일본은 러시아 국채의 일본 내 발행과 유통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한국의 안보는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다. 동맹국의 요청을 외면하면서 우리가 필요할 때만 동맹을 외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3일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라며 "국내의 금융·자본 시장과 에너지·자원 분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인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대형 외부충격 앞에선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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