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우크라 위기 관리엔 임기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5 16:16

수정 2022.02.25 16:1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원유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원유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스1


요약
·물가 뛰고 성장 정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걱정
·이주열 총재는 3월말, 문 정부는 5월초 임기 만료
·임기말이라고 대형 악재 대응에 소홀함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차 냉전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푸틴 2차 냉전을 개시하다'(Mr. Putin Launches a Second Cold War)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푸틴)가 유럽을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충돌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를 친구로 삼으려던 유럽의 꿈이 끝났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반목은 뿌리가 깊다. 근대사만 봐도 우크라이나는 1922년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됐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독립했다. 독립 후에도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놓고 걸핏하면 다퉜다. 급기야 2014년 러시아는 흑해 연안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얼마전엔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 두 곳의 독립을 전격 승인했다.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고려할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부를 무너뜨리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번 사태 뒤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진 전략이 있다. 소련이 해체된 뒤 여러 나라가 독립했다. 나토는 1991년 이후 14개 회원국을 새로 받아들였다. 과거 소련 영향력 아래 있던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이다.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은 무력침공으로 이어졌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이 없다. 대신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제는 대 러시아 제재가 대 북한 제재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폐쇄된 북한을 제재하면 북한만 힘들다. 하지만 러시아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강국이다. 제재한 나라에도 부메랑이 돌아온다. 당장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출을 금지한다고 치자. 러시아는 주머니가 비지만 서유럽인들은 난방연료가 떨어져 추위에 벌벌 떠는 사태를 각오해야 한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파장은 한국처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까지 미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다.

미국과 서방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SWIFT 퇴출은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꼽힌다. SWIFT는 전세계 1만10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주고 받는 국제 결제망이다. 여기서 쫓겨나면 러시아 금융사들은 수출입 대금을 주고 받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 SWIFT 또한 양날의 칼이다. 수출대금을 못 받으면 러시아는 원유·가스 공급을 끊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녹실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점검한 결과 "단기적·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2021년 기준)을 보면 수출은 1.5%, 수입은 2.8%에 그친다. 우크라이나는 수출 0.1%, 수입 0.1%로 더 작다. 하지만 중장기·간접 영향은 예측불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냉전의 서막에 불과하다. 정부는 긴 시야에서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바란다.

경제만 보면 물가는 뛰고 성장은 정체하는 스태크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은은 24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1.1%포인트 높다. 물가가 뛰면 금리는 올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동유럽에서 돌발변수가 등장하는 바람에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금 금리를 올리면 성장 회복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대형 악재가 현 정부와 한은 총재의 임기말에 터졌다.
이주열 총재는 3월말 퇴임한다. 문 대통령 임기는 5월초에 끝난다.
행여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임기말 공백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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