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사명 변경 바람…수십년 쓴 주력 사업명 떼고 미래를 담는다

뉴스1

입력 2022.02.27 06:35

수정 2022.02.27 06:35

HD현대 CI(현대중공업지주 제공)© 뉴스1
HD현대 CI(현대중공업지주 제공)© 뉴스1


(기아 제공) 2021.1.15/뉴스1
(기아 제공) 2021.1.15/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지난해 SK그룹과 한화그룹 중심으로 이어졌던 주요 대기업들의 사명 교체 바람이 올해도 불고 있다.

대부분 오너의 의지가 담긴 미래 비전, 신사업에 대한 키워드를 강조하며 주력 사업을 빼고 미래가치를 담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사명 교체로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재도약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각 기업들의 의지도 담겨있다. 또 글로벌 시대를 맞아 회사 이름에 영어식 단어를 넣은 경우도 많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요 그룹 가운데 사명 변경을 한 올해 첫 사례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중공업'을 사명에서 삭제한 것은 단순히 조선, 건설기계에 치중된 제조업 중심의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해양모빌리티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해에는 기아자동차가 '자동차'를 떼고 기아로 변신했다. 자동차 제조, 판매를 넘어 혁신적인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업(業)'의 확장이라는 의미였다.

이외에도 그룹의 주력 사업 역할을 하던 단어들이 하나둘 사명에서 사라졌다. '화학', '상사', '건설' 등 각 기업의 근간이 됐던 단어들은 영어식 단어로 교체됐다.

여기에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 키워드를 강조할 목적으로 새로운 단어를 통해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5월엔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간판을 바꿨고 9월엔 SK종합화학이 SK지오센트릭로 이름을 교체했다.

특히 SK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화학·반도체·통신에서 첨단소재·바이오·친환경·디지털 등 미래 산업으로 성장 축을 이동시키기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었다.

LG상사는 LX그룹에 편입되면서 지난 7월 사명을 LX인터내셔널로 바꿨다. 트레이딩 중심의 한계 이미지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근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를 담은 사례도 많다.

한화종합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한화임팩트, SK지오센트릭 모두 사명에서 화학이라는 기업의 주력 사업을 빼는 대신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 기조를 새 사명에 넣었다.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을 사명 변경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는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해 1980년 (주)선경의 지분 인수로 SK그룹에 편입됐다. SK그룹에서는 SK주식회사·SK에너지를 거쳐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이 3번 바뀌었다.

SK이노베이션은 사명에 기존 정유 사업을 특정하지 않고 '혁신'이라는 추상적 의미를 담았다. 이 때문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려는 목적에 따라 사업 확장이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이름으로 바꾸는 추세"라며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 기업 간 합종연횡, 이종 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시대에 특정 이미지로 고착화된 기존 사명으로는 사업 확장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다만 사명을 변경하기 위해선 상호 등기, 상표권 출원, 공장과 사무실, 업무 관련 간판 및 용품 교체 등 상당한 비용이 든다. 많게는 1000억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바꿀 때 많은 비용이 들고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브랜드 작업이라 광고회사 컨설팅까지 받으면 시간과 비용이 굉장히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