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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K-조선 재도약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7 18:57

수정 2022.02.27 18:57

[차관칼럼]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K-조선 재도약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2023년 1월부터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7년 7월 가동을 중지한 이후 4년8개월 만에 내려진 재가동 결정이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세계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량에 따라 업황이 변동된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지하기 직전인 2016년에는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으니 얼마나 혹독한 불황이었는지 돌이켜보아도 아찔하다. 글로벌 수주절벽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사상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이었다. 우리 조선업계뿐 아니라 주요 경쟁국들도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생존을 위해 선박 생산능력을 축소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있는 10개의 독(dock·선박 건조장) 중 3개를 가동중단하고 군산조선소 가동까지 중단해야 했다.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지됐을 때, 사람들은 '말뫼의 눈물'을 떠올렸다. '말뫼의 눈물'은 2002년 현대중공업이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Malmo)에 위치한 코쿰스(Kokums)로부터 단돈 1달러에 구입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레인이다. 1973년 코쿰스는 높이 128m, 폭 164m에 달하는 초대형 크레인을 만들고 75척의 선박을 건조했지만, 이후 세계 조선산업의 주도권은 일본과 우리나라로 이동해갔다. 말뫼의 조선소들은 경쟁력을 잃고 폐쇄되었고, 코쿰스 역시 파산하면서 이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팔게 되었다. 해체된 크레인이 말뫼에서 울산으로 떠나던 날, 스웨덴 국영방송이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하면서 이 크레인에 '말뫼의 눈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크레인을 울산조선소에 설치하고 해상이 아닌 땅 위에서 배를 짓는 공법을 개발하면서 선박 건조의 효율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전까지 말뫼의 눈물은 세계 시장에서 높아지는 우리 조선업계의 위상을 상징했지만, 2017년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조선업도 말뫼의 눈물처럼 쇠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군산조선소도, 조선산업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근에 가까운 불황기에도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개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부도 군산뿐 아니라 거제, 울산, 영암 등 조선업 밀집지역의 핵심 생태계 유실을 막기 위해 고용안전망을 확대하고 전방위적 지원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우리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세계시장 점유율이 매년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1년 수주량은 전년도 수주량의 2배가 넘고, 올해도 수주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감이 쌓이면서 군산조선소 재가동도 결정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우리 조선산업이 오랜 불황을 지나 재도약하고 있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추위가 누그러지고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들려온 군산조선소 재가동 결정과 우리 조선업계의 선전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이 불황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미래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재도약을 넘어 세계 1등 조선강국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이라는 조선산업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기술·설계인력을 양성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 선박, 자율운항 선박 등의 기술개발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지금까지와 같이 조선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결정이 미래에 기록될 세계 1등 조선강국 신화에서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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