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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뒷북 러시아 제재안, 동맹·실리 다 놓쳤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8 18:00

수정 2022.02.28 18:08

미·유럽·일본은 찰떡 공조
동맹국 명단서 한국 빠져
미국 상무부가 24일(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밝힌 '해외 직접생산품 규칙'(FDPR) 개정안 중 적용 면제국 명단. 자료=미국 federalregister.gov 웹사이트
미국 상무부가 24일(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밝힌 '해외 직접생산품 규칙'(FDPR) 개정안 중 적용 면제국 명단. 자료=미국 federalregister.gov 웹사이트


정부가 2월 28일 대러시아 제재안을 늑장 발표했다. 러시아로 가는 군사용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미국 측에도 통보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우선 동맹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서둘러 제재안을 내놓은 인상이 짙다. 그마저도 반도체·정보통신 등 하이테크 제품 제재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미국 상무부는 2월 24일(현지시간)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행을 금지하는 제재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은 물론 제3국 기업이라도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제품은 모두 금지대상이다. 해당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사전에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상무부 소속 산업안전국(BIS)은 이런 내용으로 '해외 직접생산품 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개정했다.

주목할 것은 면제국 조항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해 총 32개국에 대해선 개정 FDPR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여기엔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면제 이유에 대해 "이들은 국내법에 따라 미국과 상당히 유사한 수출통제를 실시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EU 등은 대러시아 제재에서 미국과 찰떡 공조를 보였다.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가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일본은 2월 25일 반도체 수출규제, 러시아 금융기관 자산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한국은 뒷북을 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4일 "한국은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제재안은 28일에야 나왔다. 그동안 미국은 FDPR 적용 예외 리스트에서 한국을 뺐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8일 "(한국이 빠진) FDPR의 예외 확보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나 우리 뜻대로 쉽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먼저 한국이 국제 수준에 걸맞은 독자제재안을 내놔야 예외 적용을 요구할 명분이 선다. 그러나 미국이 중시하는 하이테크 수출금지는 아직 확정도 못했다.
외교부는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은 관계부처 검토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조속히 하이테크 관련 제재안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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