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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SWIFT 퇴출은 양날의 칼, 기업 피해 최소화가 관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8 18:00

수정 2022.02.28 18:09

러시아에 막대한 타격 예상
원자재 시장 요동 대비해야
세계 각국이 러시아를 국제금융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조치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이에 반발해 핵 카드까지 꺼냈다. 사진=뉴스1
세계 각국이 러시아를 국제금융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조치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이에 반발해 핵 카드까지 꺼냈다. 사진=뉴스1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칼을 빼들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2월 28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서방의 금융제재에 반발해 핵위협 카드까지 꺼냈다. 그 여파로 러시아 화폐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역력하다.

SWIFT는 서방 진영에서 마지막까지 주저했던 초강력 제재에 속한다. 1970년대 만들어진 SWIFT는 200여개국 1만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결제주문을 주고받는 세계 핵심 금융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기업 수출입대금 결제와 해외 대출 투자 일체가 가로막힌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제재범위에 들면 러시아는 6300억달러 보유외환을 손도 댈 수 없게 된다. 국가재정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SWIFT를 "금융의 핵무기"라고 부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2012년 SWIFT에서 퇴출된 이란의 사례는 극명하다. 이란 중앙은행과 대형은행이 결제망에서 차단된 이후 이란 무역액은 30% 이상 급감했다. 국제금융의 혈류가 이제 러시아에서 막히면 이와 거래해온 국가들 전체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일부 국가가 회의적 태도를 보였으나 러시아의 거침없는 침공에 결국 제재 수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SWIFT는 양날의 칼이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금융사와 기업 또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러시아 무역규모는 273억달러(약 32조9000억원)에 이른다. 수출비중이 크지 않다 해도 액수가 100억달러(약 12조650억원)다. 무협 긴급대책반엔 벌써부터 러시아로 수출한 제품 결제대금 회수와 관련해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은 사정이 나을 수 있으나 안심할 처지도 아니다.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조선업계는 러시아 발주물량 덕에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이들 조선 3사가 러시아와 계약을 맺은 수주 규모가 12조원에 달한다.

SWIFT 퇴출은 원자재 시장에도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CNN에 따르면 니콜라이 주라블레프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최근 자국 언론을 통해 "러시아가 SWIFT에서 차단되면 우리는 외화를 받지 못한다. 반대로 유럽 국가들은 석유와 가스, 금속을 일절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러시아는 원유·가스는 물론 니켈·알루미늄·네온·크립톤 등 배터리·반도체 필수 원자재 부국이다. 러시아의 금융고립은 자칫 국제 원자재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을 수 있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과 격전 중인데 또 다른 거대한 도전과 맞닥뜨리게 됐다.

러시아의 무도한 침공을 고려할 때 국제제재는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현명한 대처로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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