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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집에서 자가진단키트로"…'매출 10억→1200억원' 박재구 래피젠 대표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수원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2022.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수원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2022.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경기도 수원시 래피젠 공장에서 생산 직원들이 자가검사키트를 만들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경기도 수원시 래피젠 공장에서 생산 직원들이 자가검사키트를 만들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공장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수원=뉴스1) 신윤하 기자 = "암도 코로나19처럼 집에서 셀프로 자가진단키트 검사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에요. 암을 늦게 발견해서 죽는 일은 없도록 도와주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는 래피젠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공장 중 하나가 됐다.

주간 450명, 야간 550명의 직원들이 하루 250만개의 키트를 생산하는 래피젠 공장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시 래피젠 공장에서 만난 박재구 대표는 바쁜 일정에도 지친 기색 없이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에 대해 밝혔다.

박 대표의 목표는 자가검사키트 플랫폼 구축과 함께 암까지 진단 가능한 검사키트의 개인화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자가검사키트 산업 성장과 기술발전을 감안했을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박 대표 생각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진단키트 개인화의 물꼬를 텄다"며 "더 나아가 B형 간염, C형 간염, 암까지도 집에서 빠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자가검사키트를 개인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몇 십만원의 병원비가 무서워 검사를 미루다가 병원에 늦게 가서 죽는 사람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투자 한 번 못 받고 여기까지"…1200억원 매출까지 고군분투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거 임신테스트기 아냐?'하는 반응이 나왔다.

대부분이 유머 글이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는 전 국민에게 상용화된 진단키트가 임신진단키트, 배란진단키트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단키트 불모지 한국에서 박재구 래피젠 대표가 자가검사키트 개인화를 목표로 삼은 건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밑천은 20년간 진단키트 한 길을 걸어 오며 완성한 기술력이다.

래피젠은 2002년 10명 남짓한 직원들과 33㎡(10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연구기술(R&D)센터로 시작했다.

박 대표는 진단이 빠른 검사키트의 정확도를 PCR검사 수준까지 개선하면 획기적인 산업군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개발과 상용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긴 세월동안 래피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곳은 없었다. 한 번도 투자를 받지 못하고 연구비로 연명했다.

박 대표는 "10년 동안 바닥을 기었다. 10년간 매출은 10억원 이하였고 2개월마다 직원들이 나갔다"며 "그런데 기술이 안정화되면서 9억에서 18억으로, 18억에서 27억으로, 27억에서 50억으로 매출이 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래피젠의 계단식 성장은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이뤄졌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I) 유행은 기술 개발 외길을 걷던 래피젠이 기술의 완성도를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시장에 늦게 진입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지는 못했지만 매 겨울마다 시장에서 우리 진단 키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고 말했다.

래피젠의 다음 성장은 말라리아 국면이었다. 박 대표는 "기존의 진단키트 회사들이 말라리아 돌연 변이를 잡지 못했는데 2015년쯤 WHO에서 말라리아 돌연변이 키트 개발을 제조사들에 독려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WHO가이드로 합격선이었던 진단키트 민감도 75%를 넘긴 회사는 우리가 유일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박 대표는 "사실 진단키트 민감도 75%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묻어놨는데 WHO가 2~3년 후 테스트를 해보자고 연락이 왔다"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3개월동안 95%까지 민감도를 높여서 WHO에 보냈다. 그렇게 매출을 50억원 수준까지 올리고 이제 우리는 WHO로 간다고 할 때쯤 코로나19가 터졌다"고 덧붙였다.

2019년 49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래피젠은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2020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2월 기준 매출은 전년 총액은 12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매출 7000억원에서 1조원가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도 우리를 따라 왔다"…월 1억개 생산용량 구축 '선견지명'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가 당황할 때 박 대표는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부터 진단 키트를 개발하면서 쌓아온 기술력으로 어떤 키트가 감염병 국면에서 가장 필요한지 정확하게 판단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하고 다른 회사들이 항체진단키트 개발에 여념이 없을 때 래피젠은 항원진단키트에 집중했다. 초기 감염 단계에서는 진단이 어려운 항체진단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래피젠 자가검사키트는 지난해 7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우리가 2020년 4월쯤 항원진단키트를 내놓았는데 다들 항체진단키트에 몰입해 있어 시장이 받아주질 않았다"며 "오히려 몇 달 후 애보트가 항원 키트를 내놓으니까 세계 최초였던 래피젠 항원진단키트가 재평가를 받아서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헝가리, 이탈리아 등 당시 확산세가 거세던 유럽에서 지난해 래피젠의 자가검사키트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1300만개 물량을 계약해 전세기로 수출했다. 이후 래피젠은 전 세계 인구 70억의 절반인 35억명 분의 키트가 2~3년 안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월 1억개의 키트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수원에 구축했다.

결국 국내에서도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자가검사키트는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다. 늘린 생산량 덕분에 래피젠은 초기에 허가받은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들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며 국내 자가검사키트 대란을 막는 데 한 몫했다.

박 대표는 "당시 미국, 캐나다 등과 수익성 좋은 계약이 예정돼 있었지만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내 시장 수량 공급을 도왔다"며 "결국 우리의 방향성대로 시장은 흘러간다. 지금까지는 저희가 작았기 때문에 힘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병원에 늦게 가서 죽는 일 없게"…기술력이 승부처

래피젠의 목표는 자가검사키트의 개인화다. B형 간염, 암 등의 자가진단을 가능케함으로써 병원에서의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래피젠 자가검사키트가 식약처에서 국내 최초로 정식 품목허가를 받은 날은 한국 사회에서 '래피드 키트'를 병원에서 개인으로 확장시킨 역사적인 날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자가검사키트의 개인화를 위한 구상을 마쳤다. 코로나19로 자가검사키트 '맛보기'를 해본 한국 사회에서 법적으로 자가진단키트 상용화 허가가 나오면 자사몰을 구축해 자가검사키트 새벽 배송, 익일 배송, 해외 배송이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다.

20년 간 발전시켜온 래피젠만의 기술인 '블랙 골드 파티클'이 독보적인 정체성으로서 국내외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이게 하기 위해서 큰 입자를 붙인다. 다른 회사는 이때 붙이는 입자를 빨간색으로 사용하지만 래피젠은 검은색으로 사용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키트의 민감도가 훨씬 높아진다.

박 대표는 "고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투자도 못 받은 작은 회사 래피젠이 해외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품질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비전을 묻는 질문에 "자가검사키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플랫폼을 가지고 구글은 서치 플랫폼을 가졌듯 래피젠은 생물학에서 그 정도 규모의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