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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력' 강조한 文 마지막 3·1절 기념사…日 '투트랙', 北엔 대화 손짓

뉴스1

입력 2022.03.01 13:23

수정 2022.03.01 15:25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3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2021.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3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2021.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임기 마지막 3·1절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를 향한 '투트랙' 기조를 재차 강조하고, 북한을 향해선 대화를 촉구했다. 예상대로 새로운 제안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이어가야 할 원론적인 정부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거행된 제103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일본 정부를 향해 "한일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일 양국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를 비롯해 최근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 크고 작은 역사 갈등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당 사안들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역사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당부한 대목에선 지난 임기 동안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아쉬움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그리고 공급망 위기와 새로운 경제 질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함께하기 위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대로 '과거는 과거대로 해결하며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선 협력한다'는 '투트랙' 대일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코로나, 공급망 등 구체적인 협력 현안을 거론하며 '미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기조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더 강해지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에 다시 한번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며 현 남북관계를 진단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 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때마다 정부는 대부분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이 이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한 듯 자강력을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의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오징어게임', 'BTS'(방탄소년단), '기생충'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문화를 소개하며 "차별하고 억압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문화예술의 창의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했다.

더욱이 일본문화를 개방했던 '김대중 정부'를 언급, "우리 문화예술은 다양함 속에서 힘을 키웠고 오히려 일본문화를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치켜세웠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들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8일 앞둔 시점에 나온 만큼 여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기념사에선 다른 어느 때보다 유독 '민주'라는 단어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는 세 차례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민주주의, 민주공화국 등을 포함해 18차례 등장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은 역대 민주 정부가 세운 확고한 원칙"이라며 문화예술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간 유세 등에서 지속적으로 밝힌 입장과 유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부산 유세 과정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지키면서 부산을 문화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24일에도 "문화와 예술이 자유롭게 숨 쉬게 하겠다.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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