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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공포매수 주춤… "대출규제 풀려도 집 안살겁니다"

집값 고점에 금리 부담까지 커져
대출 풀려도 영끌 매수 가능성 낮아
저연령일수록 주택가격 하락 전망
"지금이 최고점… 떨어지면 사겠다"
서울 시청역 앞에서 퇴근하는 청년 직장인들 사이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이라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서울 시청역 앞에서 퇴근하는 청년 직장인들 사이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이라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집 사는 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못하는 겁니다. 설사 대출규제가 풀리더라도 서울에서는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 지난달 28일 만난 30대 직장인은 주택 구매 계획을 묻자 상기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명 영화배급사 8년차 직원인 그는 "뭔짓을 해도 (집을) 살 수가 없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고 씁쓸해 했다.

2020~2021년 부동산 광풍을 주도했던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포매수)이 주춤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되살아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현재 부동산 거래절벽과 가격 조정의 주요인인 대출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집값과 금리 부담이 커 지난해같은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매수가 재연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 풀려도 집값 고점에 감당안돼"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37.5%로 전년도 평균(41.7%) 대비 4%포인트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올들어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030세대의 주택 구입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유력 후보들은 일제히 대출규제 완화와 공급대책 공약을 내걸고 있어 대선 이후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지 주목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90%까지 인정하고, 청년층은 장래 소득을 기반으로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구매시 LTV 기준 80%로 상향을 언급했다.

하지만, 2030세대는 대출규제가 풀리더라도 무리하게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 오피스텔에 전세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출퇴근 거리 때문에 서울에 집을 장만해야 하지만 대출규제가 풀려도 집값은 감당할 수 없어 고민"이라며 "금리 4%, 만기 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4억원을 대출하면 매월 19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 이상은 힘들다"고 푸념했다.

전세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한 30대 이모씨는 "결혼을 하니 자녀 문제도 있고해서 안정적인 내 집 마련 욕구가 크지만 일단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과 별개로 새 정권의 주택공급 정책이 파격적이면 집값이 내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미 아파트를 매입한 일부 젊은층은 '영끌 매수'에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고연봉의 석유화학 기업에 다니는 30대 이모씨는 "금리 인상때문에 대출금 이자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대출규제가 풀려)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준다 한들 원리금 상환의 한계가 있으니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고려할 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 적을수록 "가격 떨어질때 기다릴 것"

2030세대 중에서도 저연령일수록 주택가격을 고점으로 보는 인식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출규제가 없더라도 매수보다는 관망을 택하겠다는 반응이다.

30대 초반 배모씨는 "지금 가격에 사서 이전 세대의 노후자금을 만들어 줄 생각은 없다"며 "앞으로 가격이 내린다고 보고 현재는 청약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정모씨는 "부동산은 실거주가 가능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지만 생각하는 가격까지 하락해야 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기 분당에서 출퇴근하는 20대 이모씨는 "딱히 급하지도 않고 모은 돈도 적어서 깊게 생각 안해봤다"며 "지금 집값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청약 당첨이 워낙 어려워 적극적인 주택 매수에 나서겠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노모씨(30)는 "최근 친척이 청약에 성공했는데, 아이 셋에 서울에서 무주택자로 오랫동안 고생했다"며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어 청약을 기다릴 게 아니라 조건만 되면 어떻게든 내 집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30에게 집은 자본증식 수단 중 하나인데 현재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2030중에서도 고연령일수록 결혼 등으로 자가주택이 필요하기에 시장에 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