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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항공 빅딜' 심사 기준 배민·요기요 합병과는 왜 달랐나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7:50

수정 2022.03.01 17:50

자회사 매각·독과점 해소 대신
운수권·슬롯 반납 조건 내걸어
해외 경쟁 당국 결정 남아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가운데 기존 배달의민족 등과 비교해 심사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업계 1·2위 사업자끼리의 결합인데도 지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DH) 기업결합 당시 공정위가 내건 조건과 비교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무산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해외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항공사 빅딜의 경우 조선 등 1·2위 업체의 결합하고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항공은 우리 국민의 아웃바운드 수요이고, 조선은 주요선사가 포진된 유럽이 수요자여서 EU의 결정이 주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권별 수요자 차이… "원칙은 같아"

1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경쟁당국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 당시 요기요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업계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인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 시 압도적 독과점을 우려해 사실상 합병을 불허했다. 이번 결합 역시 업계 1·2위 업체의 결합인 만큼 소비자 후생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의견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발송 당시부터 나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항공결합에서는 배민·요기요 합병 때처럼 자회사 매각이 독과점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해 갖고 있는 사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은 같지만, 항공업계의 경우 내놓을 수 있는 사업이 운수권과 슬롯인 만큼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저비용항공사(LCC) 매각 등은 소비자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LCC를 매각하게 된다면 단거리 노선이 대부분인 만큼 장거리노선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집중도가 높은 일부 노선을 매각하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일부 사업을 내려놔야 한다는)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항공사에 어느 하나의 회사를 팔라고 하는 것 자체도 가능하지 않고, (LCC의 경우) 일부 노선에만 영향이 있는 만큼 독과점 해소에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重·대우조선처럼 무산 가능성은

이번 항공사 빅딜의 경우 공정위 심사는 넘겼지만, 아직 미국과 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도 남아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EU가 불허한 것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업계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조선 건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1·2위 사업자인만큼 영향을 받는 수요자 대부분이 유럽에 있다. 그만큼 EU의 결정이 주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권의 경우 우리 국민들의 아웃바운드 수요인만큼 우리가 주도적으로 (심사)했다"며 "외국당국이 어떻게 심사할지 여부를 두고 조선 건과 비교해 예단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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