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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키예프 vs. 키이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8:36

수정 2022.03.01 18:36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브)에서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민방위대원들이 화염병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브)에서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민방위대원들이 화염병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요즘 세계 언론의 관심의 초점은 온통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모아진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으면서다. 하지만 BBC나 CNN 방송을 들어보니 키예프가 아니라 '키이브' 혹은 '키이우'로 들렸다. 러시아어와 엄연히 다른 우크라이나어의 존재를 실감했다.

외교통인 조태용 의원(국민의힘)이 "키예프(Kiev)를 키이브(Kyiv)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날 28일 러시아의 불법 침략을 규탄하고, 정부의 대러 경제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에 이를 포함시켰다.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만큼 우크라이나식 발음 그대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전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95년부터 우크라이나는 키예프 대신 키이브로 바꿔 써왔고, 최근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이미 새 표기를 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 9세기쯤 우크라이나 땅에서 출현한 첫 국가 '키예프루스'를 모체로 삼는다. 지금도 이곳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당연히 자국을 종가로 여긴다. 하지만 '루스의 땅'에서 유래한 국명인 러시아는 이와 정반대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강변했었다.

그러나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우크라이나어과)는 "푸틴의 주장은 한국이 중국 일부라고 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큰 혈통은 같지만 언어와 종교 등 상이한 민족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서다. 범동슬라브족이지만 키예프루스 때도 서로 다른 부족이었고, 사용하는 언어도 달랐다는 것이다.
이는 한일 관계처럼 양측 사이가 벌어졌던 배경의 일부다.

그렇다면 현재 분명히 우크라이나 영토인데도 키이브를 키예프로 부르는 건 큰 문제다.
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대통령'이라고 조롱하는 것만큼이나 '소비에트 연방적 사관'에 빠진 꼴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