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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무역수지 간신히 흑자, 러시아 파고에 대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8:36

수정 2022.03.01 18:36

흑자 규모 겨우 8억달러
시장급변 앞으로 더 걱정
2월28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에서 수출 전문위원들이 기업 상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월28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에서 수출 전문위원들이 기업 상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월 무역수지가 석달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 동월 대비 20.6% 증가한 53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조업일수가 적은 2월에 수출이 5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수출은 16개월 연속 증가, 1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밖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시장은 충격에 빠졌고, 안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수렁이 여전한 가운데 수출 호조 소식은 반갑다. 최근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온갖 난제를 뚫고 일궈낸 수출에서 나왔다는 건 말할 여지도 없다.

다만 에너지 관련 통계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 1월 무역수지는 48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은 두달 연속 적자였다. 2월 적자를 면한 것은 반도체(24.0%), 컴퓨터(44.5%), 디스플레이(39.2%), 가전(14.6%), 철강(40.1%) 등 기존 주력품목이 힘을 낸 덕분이다.

2월 무역흑자가 추세적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흑자 규모도 겨우 8억달러에 불과하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급변한 시장 상황이 반영되는 것은 이제부터다.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핵 카드까지 꺼낸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더 강한 제재 국면을 맞고 있다. 이미 미국은 전자, 컴퓨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러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의 대러 수출 비중은 전체 1.5% 수준이지만 수출액은 연간 100억달러에 이른다. 관련 기업도 5000개가 넘는다.

제일 큰 걱정은 러시아발 폭등 조짐을 보이는 에너지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12%, 천연가스 17%를 생산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물가격은 한달 새 50% 가까이 올랐다. 이차전지 핵심원료인 알루미늄·니켈 공급도 러시아 비중이 5~6%에 이른다. 이런 원자재 가격도 지금 급등세다. 가뜩이나 불안했던 원자재 공급난이 러시아 변수로 더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러시아 의존도가 20% 이상인 수입품목이 118개나 됐다. 이중 수입액 1위는 우리 산업에 기초 재료가 되는 나프타였다.
에너지 등 수입비용이 눈덩이로 불어날 수 있다.

나랏빚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무역적자까지 쌓이면 우리 경제는 암울해진다.
겨우 만회한 흑자에 안심할 게 아니라 정부는 에너지 비상 국면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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