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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푸틴이 꺼낸 핵 카드, 세계가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8:36

수정 2022.03.01 18:36

특별 전투임무 돌입 지시
인류파멸 즉각 포기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억지력 부대에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했다. 이에 돌연 세계가 긴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미국인들이 핵전쟁을 우려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노(No)"라고 말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핵 태세를 살펴봤는데 중요한 변화는 없다"며 "12살 아들에게 핵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28일 모스크바 주재 방위분석가의 말을 인용, "영국과 덴마크 사이 북해 상공 어딘가에 핵무기를 터뜨린 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것도 (푸틴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푸틴이 핵 옵션을 선택할 경우 "(러시아 내) 그 누구도 푸틴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은 푸틴의 핵 관련 지시를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분간 인류는 막연하나마 핵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협상과 확전의 갈림길에 섰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러시아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핵 위협은 그중 하나다. 또 다른 카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에너지 대란은 현실적인 공포다. 러시아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으로 꼽힌다. 천연가스 생산은 세계 2위다. 특히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한다. 과거에도 러시아는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은 적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어떤 카드를 쓰든 양날의 칼이다. 당장 러시아 내에선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핵 위협 소식에 국제 여론은 갈수록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 카드 역시 부메랑을 각오해야 한다. 러시아 국가예산의 40~50%가 석유·가스 수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 경제는 잇단 국제제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뚝 떨어졌고, 모스크바 증시는 이틀째 문을 닫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63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중 해외 보관액은 동결됐다. 러시아인들이 루블화를 버리고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빚어졌다.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하루속히 포기하길 바란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물론 인류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을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한 뒤 자국에 배치된 핵무기를 러시아에 모두 반환했다.
이런 나라를 상대로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은 강대국의 횡포이며 오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으며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말이지만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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