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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文정권 '탈원전 5년'…"평가는 국민과 역사가"

뉴스1

입력 2022.03.02 05:31

수정 2022.03.02 16:1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2022.2.2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2022.2.25/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은 높았다. 임기 5년 동안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에너지공급원으로서 원전의 필요성 언급하며 가동을 앞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신속한 운용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차질 우려 때문이라 이유를 밝혔지만, 결국 이제 와 정책 기조변화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종 시비에도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다.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이라는 궁극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정책의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은 흥선대원군의 쇄국 이후 최고의 과학기술에 반하는 쇄국정책이다. 그들의 어떤 업적도 이 탈원전의 폐해를 덮을 수는 없다"고 썼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시비는 끊이질 않았다. 탈원전을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단순히 원전이 위험하다는 논리만을 앞세워 관련 산업을 초토화하면서 오히려 미래세대에 돌아갈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와중에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도 모자라 사상 최고치인 5.8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영향까지 더해져 손실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탈원전' 기조 속 신규 원전 건설 취소로 인한 산업적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원자력산업실태조사(원자력산업회의)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580여개의 원자력 관련 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의 2019년 매출액은 20.7조원으로 탈원전 이전인 2016년의 27.5조원에서 불과 3년 만에 약 6.7조원 (24.5%)이 감소했다.

감소액 대부분은 원자력 발전사업체 매출 감소액인 4.9조원이지만, 눈여겨볼 점은 원자력 공급 산업체 매출은 5.5조원에서 1.6조원이 줄어 감소율이 28.6%로 전체 매출 감소율보다 높다는 것이다.

원자력 업계 총 종사자수도 2016년 3만7232명에서 2019년 3만5469명으로 1763명 감소했다. 총 종사자 중 약 1/3을 차지하는 공급 산업체 종사자수는 더 많이 감소한 2906명으로 13%의 공급산업체 종사자가 실직 혹은 이직했다.

원자력 관련 대학 학과 재학생수 감소는 더 현저히 줄어 2016년 3095명에서 2019년 2190명으로 무려 29.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온 이들은 지난 40년간 세계 최고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의 몰락을 불러왔고, 원전 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의 기회도 말살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수만개의 고급 일자리를 없애는 심각한 폐해를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임기 말을 마주한 현 정부에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차기 정부를 이끌 유력 대권 주자들의 '탈원전'에 대한 견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전면 백지화'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원전 건설 재개'를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조차 '탈원전 기조는 이어가면서도 감원전'으로 정책 노선을 다소 완화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급진적인 탈원전 기조는 지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어쨌거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차기 정권에서 노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미래를 내다본 탁월한 안목의 통치자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흥선대원군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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