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근로계약서에 '기간 자동연장' 표현있다면 회사 일방적 계약해지 못한다

뉴스1

입력 2022.03.02 06:01

수정 2022.03.02 06:01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근로계약서에 '별도의 합의가 없으면 계약기간을 자동연장한다'는 문구가 있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헬기조종사 A씨가 산불 진압 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A씨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B사는 지난 2016년 헬기사업팀을 신설하면서 A씨를 비롯해 팀원 6명을 채용했다.

A씨는 B사와 2017년 5월1일부터 2018년 4월30일까지 1년간 노동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계약서엔 '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계약을 자동연장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포함됐다.

문제는 A씨가 입사한 이후에 생겼다. B사가 2017년 9월 새로 도입한 헬기 1대에 대해 서울지방항공청에 안전 증명을 신청했는데 거절된 것이다.
항공청은 당시 헬기의 부품 교환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헬기사업팀 C팀장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직서를 냈다. B사는 C팀장에게 헬기사업팀 전체의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고, C팀장 A씨를 비롯한 팀원들의 사직원을 회사에 제출했다.

당시 C팀장은 "실제 사직 대상은 책임이 있는 2명뿐이고, 나머지 팀원들은 형식적으로 받는 것"이라며 A씨 등에게 회사의 지시를 따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사는 이 사직서를 수리한 뒤 2017년 12월31일부로 A씨에게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2018년 1월 근로계약 종료 통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A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판정했고, B사는 노동위의 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된데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B사는 A씨에게 2018년 4월30일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며, 역량미달로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2017년 12월31일부로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기존 계약서대로 1년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엔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A씨는 계약서 조항에 따라 근로계약은 2018년 5월1일부터 자동 갱신되었다며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임금 지급 소송을 냈다.

1심은 "근로계약서 문언상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A씨가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만약 A씨가 정상적으로 노동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A씨가 계약 종료에 동의하지만 않는다면 무제한 자동갱신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교육훈련 평과 결과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한다는 전제를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갱신거절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계약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은 A씨와 B사가 계약기간 만료 전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며 "A씨가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조항이 적용된다는 기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계약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