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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에너지 시장에서 회피심리…스위프트 차단에 中도 외면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예외로 적용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쟁자금 지원을 우려해 러시아산 에너지가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의 원유거점인 뉴욕과 멕시코만에서 트레이더들은 러시아산 수입을 유보하며 부족한 공급을 다른 지역에서 찾기 위해 혈안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지하는 중국 마저 서방 제재에 막혀 러시아산 석탄수입을 축소했다.

◇전쟁자금 지원 우려에 러' 원유-정제유 수요 '뚝'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 원유 항만의 트레이더들과 걸프만 정유사의 임원들은 백악관이 러시아 에너지를 추가로 제재할 수 있다며 러시아에 전쟁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일까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뉴욕항의 한 트레이더는 "러시아산 원유배럴(통)은 건드리지도 않는다"며 "러시아산 제품을 사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죽이는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주요 에너지 수출국으로 원유와 정제유를 일평균 400만~500만배럴, 200만~300만배럴씩 다른 나라로 보낸다. 하지만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은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서 축출했고 그 여파는 에너지 산업에도 사실상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서방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제재 대상에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을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프트 차단이라는 금융핵무기급 조치는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 산업을 뒤흔들 수 밖에 없다.

스위프트 차단으로 러시아 에너지를 찾는 이는 사라졌고 운송할 유조선도 구할 길도 막혔다. 서방이 스위프트에 차단되는 은행의 전체 목록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도 불확실성을 키운 면이 있다.

ESAI에너지의 사라 에머슨 대표는 거래소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꺼리는 것이 놀랍지 않다며 뱅킹 관련 제재가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에머슨 대표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수출 10% 정도가 제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유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수 백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정박할 곳이 없어 망망대해에 다시 떠 다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발틱해 항만에서 출발한 우랄산 원유(3월 중순 인도분)는 매수자가 없어 아직도 유조선에 실려 있다. 우랄산 원유 가격은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역설적이게도 러시아산 물량은 남아 돌아도 국제유가는 폭등세다. 러시아를 대체할 다른 원유를 찾는 수요가 몰리며 유가가 치솟는 것이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8.03% 급등해 배럴당 103.41달러로 마감됐다. 2014년 이후 7년 넘게 만에 최고를 달렸다. 장중 11.5%까지 폭등하며 배러당 106.78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도 모든 계약 달러기준…난방수요 감소

중국의 러시아산 석탄 구입도 서방의 경제제재에 막힌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트레이더들은 러시아 국영은행의 파이낸싱(자금조달) 어려움으로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축소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탄을 거래하는 한 중국 트레이더는 로이터에 "러시아를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에서 차단한 제재 이후 대부분 은행들이 신용장 발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계약이 달러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결제 방법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부 중국 바이어들은 역내의 위안화 청산결제시스템(CIPS)를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내 석탄가격의 상한을 내려 수입산 석탄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며 지난주 중국의 전체 수입물량은 거의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의 국내산 석탄재고는 넘치고 기온이 상승하는 봄이 다가오면서 난방용 석탄 수요가 줄며 중국 바이어들은 현재로서 수입을 중단할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지면 중국 수입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공급 확보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수입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올해 신규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운임 비용 상승도 부담이다.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의 운송비용은 상대적으로 근거리의 극동 러시아보다 이미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석탄가격 기준인 호주 뉴캐슬의 발전용 연료탄 가격은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톤당 274.5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같은 다른 주요 수출국의 석탄 가격도 이번주 15% 치솟았다.

중국은 러시아산 석탄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러시아 극동지역으로부터 철도와 항만을 통해 5000만톤 넘는 석탄, 74억달러어치 수입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탄 중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15% 정도로 인도네시아 비중 다음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