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폭격 속에서도 아기들이 피어난다…병원 지하에서 출산하는 엄마들

뉴스1

입력 2022.03.03 08:08

수정 2022.03.03 08:08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산부인과 병원 지하 대피소에서 한 부부가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산부인과 병원 지하 대피소에서 한 부부가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로켓포와 미사일이 난무하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병원에서는 아기들이 태어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이 진행중이라 아기들은 대피소나 병원 지하에서 첫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출산을 앞둔 알레나 신카르는 한 키이우의 산부인과 병원 어둑한 지하 통로를 따라 설치된 임시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신카르는 "지금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하지만 물론 지금 상황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짜 지옥에 살고 있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신카르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병원에 입원해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위층 병동에서 제왕절개로 갓 출산한 여성들의 병상이 쉴틈도 없이 폭격을 피해 지하 통로로 급히 이송되는 것을 보았다. 분만은 늘 응급상황일 수밖에 없는데 전쟁까지 겹치자 신카르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시설 내 다른 곳에서는 젊은 엄마들이 간호사에게 치료를 받고 신생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부모 품에 안겨 조용히 잠자고 있었다.

전쟁 속에서도 이같은 평화가 가능한 것은 병원 의료진의 노력과 기민한 대처 덕이었다. 지난달 28일 아들 마크를 출산한 율라는 러시아의 군사작전 중에도 진료를 계속해온 병원 직원들과 의료진을 칭찬했다.

율라는 "우리는 여기서 안전하게 있다.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최고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고브세예브 병원장은 "일주일 전 공격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의 70%가 이곳에 상주하며 교대로 근무한다"며 "단 한 가지 예전과 달라진 점은 보통 10시간에서 15시간 정도 걸리는 분만이 시작되었는데 공습 경보가 울리면 이 여성들이 지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카르는 "지난 2월 24일 새벽 5시 로켓포 공격 소리에 일어났다"면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폭발음과 여성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악몽인 줄 알았는데, 바로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카르는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이 아기는 (태어나서) 평화를 보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