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히틀러·나폴레옹도 항복한 '라스푸티차' 푸틴 발목 잡나

기사내용 요약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 '라스푸티차'
토양 진흙으로 변해 장갑차 등 병력 이동 어려워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러시아의 로켓 공격이 있은 후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2022.03.03.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러시아의 로켓 공격이 있은 후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2022.03.03.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진격이 더딘 이유로 날씨가 꼽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지역 등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 '라스푸티차'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토양이 진흙으로 변해 병력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3월 말 해빙기와 10월 초 가을 장마 때 발생하는 라스푸티차 기간에는 자동차는 물론이며, 장갑차도 통행이 어렵다. 비나 눈의 융해로 진흙이 생겨 비포장도로의 토양이 진흙으로 변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80%가 경작이 가능한 비옥한 흑토지대이며, 비포장도로가 많아 갯벌처럼 땅이 변한다.

T-90 주력전차(MBT)를 비롯한 러시아산 장갑차는 이러한 지형을 고려해 설계했다. 러시아 T-90은 46톤으로 미국의 M1이나 독일 레오파드 2A6 등 다른 나라 장갑차에 비해 사실상 가볍다.

러시아 국방 문제 전문가 다라 마시콧 선임정책연구원은 이달 초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 훈련은 일년 내내 진행되고 지상 상황 변화에 익숙해 해빙기에도 문제 없다"라고 말했으나 외신들은 라스푸티차가 러시아 부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동유럽 지역의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예년보다 훨씬 따뜻해 우크라이나의 라스푸티차가 빨리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럽연합(EU)의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동유럽 지역의 기온은 1월 평년보다 1~3도 더 높고 습했다. 이에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에 3월말보다 빨리 해빙기가 오면서 우크라이나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했고 러시아 기갑부대 진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실제 SNS에서는 러시아 군대의 탱크나 장갑차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못 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남동부 국경 인근 로스토프 지역에서 러시아 탱크 12대가 진흙탕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터키 공영방송국 TRT에서는 러시아 군이 라스푸티차 같은 토질 문제를 고려해 해상이나 공중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TRT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현재까지 기갑부대를 대규모로 진격시키지 못 하고 소규모 공수부대 파견과 정찰부대를 투입해 왔다. 주요 기동부대가 라스푸티차에 갇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원거리에서 폭탄이나 미사일 공세만 퍼붓고 도시 진입이 어렵다는 추측이다.

이에 육로 방어보다 공중전이 중요해지면서 '구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불리를 결정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러시아군 포격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주둔하고 있는 도네츠크·루한스크 등에 폭설이 예고되면서 러시아군의 공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일대에 주말까지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내린다. 남부 흑해에서 저기압이 북상하면서 4일(현지시간)과 5일 폭설이 쏟아져 예상 적설량은 15㎝ 이상이다.


이 기간 대부분 지역에 구름이 짙게 끼고 사흘간 평균 풍속 40~50㎞의 강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폭설과 강풍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러시아군의 공격을 어렵게 만들고 해빙기가 시작되면 쌓인 눈이 라스푸티차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군사전문가는 TRT에 "과거 전쟁을 되돌아보면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도 라스푸티차를 돌파하지 못해 고전했고 결국 패전의 원인이 됐다"라며 "우크라이나가 그때와 비교해 도로가 현대화됐지만 봄이 가까워질수록 우크라이나의 기후와 지형이 전쟁의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