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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가시화되는 인접 강국의 위협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3 18:34

수정 2022.03.03 18:34

[fn광장] 가시화되는 인접 강국의 위협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는 세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보리스필 국제공항 등에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으며, 인접한 폴란드 국경으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몰리고 있다.

손자병법이나 군주론에서나 다루던 냉혹한 국제정치의 실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러 고전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독자적 문명권을 형성한 인도에서도 혹독한 국제정치의 정수를 담은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2400년 전, 인도 최초의 통일국가 마우리아의 첫 번째 황제 찬드라굽타를 옆에서 도운 명재상 카우틸랴가 썼다는 강국론(Arthashastra·아르타샤스트라)이다.

강국론은 지극히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인접한 국가들을 잠재적 적국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국경을 맞댄 강국은 특히나 위험한 잠재적 적국이다. 강국론에서는 이러한 인접 강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인접 강국이 존재한다면, 그보다 더 강한 나라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

2. 만약 그것이 어려울 경우, 인접 강국과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

3. 그것도 어려울 경우, 국가는 필히 위태로워진다.

강국론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굳건한 동맹을 맺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접 강국인 러시아와 평화를 모색하지도 못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했으며, 그 이후 지속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반정부세력을 도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대항케 했다. 이렇듯 러시아의 침략 야욕은 그 전조들을 통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도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인접 강국인 것처럼, 중국은 대한민국의 인접 강국이다. 중국 어선들이 서해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하는 것은 요 몇 년의 일이 아니다. 요 몇 년간은 아예 전투기로 동해를 넘어 독도까지 침범해온다. 20년 넘게 지속해온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 것이라 주장하는 동북공정이 역사를 훔치려는 시도라면, 최근에 와서는 김치공정과 한복공정으로 문화마저 도둑질하려 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와는 그 자세한 사정이 다르다. 대한민국은 인접 강국인 중국보다 더욱 강력한 군사력 1위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7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앞서 명재상 카우틸랴가 말했듯이 인접 강국이 존재한다면 그보다 더 강한 나라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인접 강국과 평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여태껏 지속된 중국의 행보로는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이 인접 강국인 중국보다 강력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도 최고의 현자 카우틸랴는 두 번 생각할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금, 대한민국은 70년 넘게 이어온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권대봉 중부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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