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35층 룰 폐지, 초고층 아파트가 한강 덮는 일 없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4 14:56

수정 2022.03.04 15:23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안)' (사진=서울시 제공). 사진=뉴시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안)' (사진=서울시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3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토계획법에 따른 최상위 계획이다. 서울시는 1990년부터 5년 주기로 기본계획을 손질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번째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35층 룰 폐지다. 오 시장은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35층 룰 폐지를 공약했다.
낙승을 거둔 오 시장이 핵심 공약 이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약 실천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다만 우리는 오 시장에 두 가지를 당부한다. 먼저 집값 안정이다. 35층 룰을 폐지한다니 재건축이 숙원이던 아파트 단지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여의도·잠실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층수가 49층까지 높아지면 재건축에 따른 이익이 커진다.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면 긍정·부정이 교차한다. 재건축 물량이 풍부해지면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반면 주택시장이 들썩거리면 최근의 집값 안정세를 흔들 우려가 있다.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지는 불투명하다. 오 시장이 집값을 흔들기 위해 35층 룰을 폐지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부작용 최소화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다른 하나는 35층 룰 폐지가 '박원순 지우기' 차원에서 진행되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박 전 시장은 2013년 4월 한강변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35층 룰을 담은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도 그 안에 담겼다. 구체적으로 한강과 아주 가까운 곳은 15층 이하로 짓고, 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3종은 35층으로 각각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은 서울시가 2014년에 확정한 2030년 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에도 포함됐다.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은 찬반 논란이 있다. 다만 박 전 시장이 한강변을 '자연문화유산'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비전을 세운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서울시는 한강변 재건축이 "과도한 높이(50층 내외 초고층)와 용적률(330% 수준) 과다, 기부채납의 적절성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35층 룰은 개발 위주 도시정책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다. 주요국 도시를 봐도 층고 제한은 일반적이다. 강이나 산 주변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박 전 시장도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시장으로 9년(2011~2020년) 재임하는 동안 '오세훈 지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백지화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 시장이 다시 전임자 유산 지우기에 나선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한국 정치의 병폐를 되풀이할 뿐이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층수는 심의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제발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만에 하나 한강변이 초고층 아파트로 시야를 가린다면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 수 있다. 오 시장은 앞으로 더 큰 정치를 꿈꾼다.
박원순표든 아니든 긴 눈으로 서울에 가장 적합한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