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전 세계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상승에 성장 저하 우려도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가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세계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져 성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자재 가격의 지표인 S&P GSCI 지수는 전주보다 16% 올랐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은 1970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유가뿐만 아니라 밀 등 곡물, 알루미늄과 천연가스 등이 모두 급등했다. 미국 밀 선물 가격은 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1부셸=27.2kg)당 11.16달러를 기록해 7.2% 급등했다. 2008년 3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알루미늄은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톤당 3741달러에 이르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일주일간 2배 이상 올랐다. 유럽 국가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3분의 1이 러시아에서 들어온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에 이어 세계 공급망의 최대 악재가 됐다고 분석한다. 공급망 차질로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원자재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다"면서 "이미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이 러시아 수출입 상품을 운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경제제재가 확대되면 러시아산 상품과 원자재의 하역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분쟁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미 전 세계 공급망은 상당히 흔들렸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이 수 주 내로 마무리되더라도 러시아발 공급 문제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팔라듐은 전 세계 생산량의 40%가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네온과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신흥국 시장에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입국 중 하나로 한국을 언급했다.
무디스는 "원자재 가격 압력은 신흥국 시장에서 수입 물가 상승으로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고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과 중국, 터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 수입국에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가와 식품 가격 상승은 다른 재화에 대한 가계 지출을 제한해 성장을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원자재 가격 압력은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성장을 약화할 것"이라며 "개별 국가들에 미칠 영향의 규모는 해당 국가가 원자재 수입국인지, 수출국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러시아 제재가 글로벌 경기 성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가 상승도 문제지만 비철금속 원자재 및 소맥 가격의 급등으로 대부분의 인플레이션 예상 궤적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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