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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發 물가 쇼크…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다시 깨웠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6 17:58

수정 2022.03.06 21:10

국제상품가격 1주일새 20% 폭등
통계 집계 이후 주간 최대 상승폭
유가·곡물, 안전자산 金값까지 뛰어
1970년대 오일쇼크 재연 우려 커져
"스태그플레이션 12개월내 닥칠 것"
美전문가 예상 22%→30%로 늘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몰려 있는 폴란드 코르초바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이날 150만명을 넘겼다. 로이터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몰려 있는 폴란드 코르초바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이날 150만명을 넘겼다.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과 급격한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졌다. 가뜩이나 수십 년 만에 최고로 오른 각국의 소비자물가가 더욱 치솟고 세계 경제 성장이 짓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재와 유가 급등으로 인해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위기가 각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이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스태그플레이션이 12개월 이내에 닥칠 것이라는 응답자는 30%로 지난달의 22%보다 높아졌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고공행진하고 세계 경제에 압력을 가하면서 경기침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세계 에너지 가격 쇼크로 리스크가 심해질 것"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빨리 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사상 최대폭 상승

지난주 국제 상품가격은 사상 최대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골드만삭스 상품지수(S&PGSC)가 지난 1주일 동안 19.9% 폭등했다.

다우존스시장데이터그룹(DJMDG)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주간 단위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밀, 옥수수를 비롯한 상품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유럽 최대 석유·천연가스 공급자다.

서방이 러시아 석유수입 금지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석유공급은 금융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금융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되면서 수출입 금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JP모간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수출 물량의 약 3분의2가 현재 마땅한 구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주일간 배럴당 24.09달러(26.30%) 폭등해 115.68달러로 치솟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 4월 이후 39년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유가 수준은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1주일간 배럴당 23.99달러(25.49%) 폭등해 118.11달러로 뛰었다. 역시 1991년 1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최대 상승폭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뛰고 있다. 1주일 동안 온스당 78.60달러(4.17%) 상승해 1965.10달러로 올랐다. 2020년 9월 이후 최고치다.

곡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의 곡창지대로 주요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공급 충격' 도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밀 수출물량의 30%를 담당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11.45달러를 웃돌아 2008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옥수수 가격은 2021년 5월 이후, 콩(대두) 가격은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와 보리 생산 세계 6위 나라다. 밀과 콩 생산 규모 역시 각각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식용유 가격도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우크라이나이다. 해바라기씨 생산 세계 1위국이고, 카놀라유 원료인 유채 생산규모는 세계 7위이다.


우크라이나 해바라기씨, 유채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으로 대체품목인 팜유 가격이 뛰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상품시장 전반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강한 제재에 나서면서 세계 석유 교역과 식량 교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주요 곡물 수출국이라고 지적했다.


맬패스 총재는 이에 더해 은행들이 러시아와 관계를 끊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와 밀 일부를 사들일 수는 있겠지만 전세계 시장은 '거대한 공급충격'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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