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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크라 원전 잇단 공격, 푸틴의 불장난 어디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6 18:45

수정 2022.03.06 18:45

진격 막히자 위험한 도박
반인륜 행태 즉각 멈춰야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포격 모습.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 갈무리). 사진=뉴시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포격 모습.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 갈무리). 사진=뉴시스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데 이어 두 번째 규모의 원전 시설에 접근 중이라는 소식이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연설을 인용해 남부 미콜라이우에 있는 원전이 러시아군의 새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자포리자 원전 포격처럼 역사상 어떤 나라도 원전을 직접 공격한 전례는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험한 불장난을 멈춰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열흘을 넘기면서 전황은 갈수록 비인도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속전속결을 노리던 러시아군은 뜻대로 되지 않자 주요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 화재를 일으킨 포격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만행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원자로 화재와 방사능 누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제2의 체르노빌 참사를 빚을 뻔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뭔가. 전력 송배전망을 장악해 전쟁 승리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파멸적 재앙엔 눈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포격으로 원자로 1호기 격실 일부가 훼손되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었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핵전력 '특별전투태세' 전환을 명령했다. 대놓고 핵전쟁을 위협하고 있으니, 그의 정신상태가 온전한지 의심이 들 정도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계속되면 머잖아 피란민만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다 앞으로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군이 전력공급을 무기화한다면 나라를 지키려 남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추위와 굶주림과도 싸워야 할 판이다. 국제사회가 이 같은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원조는 물론 러시아의 전쟁범죄 기도를 차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유엔은 지난 2일 긴급총회에서 러시아의 반인륜적 행태를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42개국이 찬성한 결의안에 중국은 기권하고, 북한은 러시아 편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 와중에 중국은 전투기를 띄워 대만을 위협하고,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 도발을 감행 중이다.
전체주의적 경향의 북·중·러 3국과 인접한 한국도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거울 삼아 유비무환의 안보태세를 갖춰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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