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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기표된 투표지 발견… ‘대선 불복’ 불씨 남긴 선관위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6 21:15

수정 2022.03.06 21:15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논란
특정후보 찍힌 용지에 유권자 항의
투표지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기도
여야, 진상조사 예고·책임론 제기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에 앞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에 앞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20대 대선 사전투표 중 발생한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등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의 불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선 막판 뇌관으로 급부상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표 부실 관리가 선거 승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여야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명쾌하게 관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 대선 이후 불공정 시비나 선거 승복여부와도 연관될 수있는 휘발성 높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 특정 후보 찍은 표 발견

6일 정치권에 공개된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사례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확진자·격리자 투표소에서는 40대 여성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넣을 봉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기표된 용지 1장을 발견했다.
이 유권자는 "'이재명' 미리 찍어놓은 이 투표용지는 도대체 뭐냐"고 항의했지만 30대 남성 투표 보조원은 "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유권자는 "내 투표용지는 직접 들고 들어가서 투표함에 넣겠다"고 했다. 그러나 투표 보조원은 "안된다. 저한테 맡기시고 돌아가셔야 한다"고 막아섰다.

선관위가 미리 정한 절차에 따르면 확진자는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 용지와 임기 기표 봉투를 받는다. 투표를 하지만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고 투표 사무원에게 건네 준 뒤 사무원이 넣는 걸 대신한다.

야권에 따르면 이날 신사1동 주민센터에선 유권자 3명이 이같이 특정 후보로 기표된 용지가 이미 들어간 기표 봉투를 받았다고 한다. 이같은 항의 끝에 이날 수십 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국적으로 확진자 기표소에서 진행 요원들이 이들의 표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나 종이상자,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는 사진도 속속 올라왔다. 또 사실관계 확인이 안된 내용이지만 또다른 후보 이름이 이미 기표된 용지가 들어간 봉투도 등장했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에 따르면 투표지는 기표 후 유권자 본인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은 법 위반 소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 선관위 사과에도 후폭풍 예고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는 이틀간 사전 투표 가운데 지난 5일 하루만 실시됐다. 당일 확진자·격리자는 5시부터 투표 마감시간까지 투표에 참여했으나 투표 관리 준비 부족 등으로 일반 투표자와 겹치면서 곳곳에서 이처럼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 투표 마감시간까지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확진자와 격리자 일반 유권자 모두 99만630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419만7692명의 2.2%으로 이 가운데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 숫자도 구분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논란 뒤 하루만인 6일 긴급 입장문을 내고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열기와 투표관리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며 부실관리를 공식 인정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우에 따라선 재검표 요구나 대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두고두고 법적 시비로 불똥이 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선관위로부터 보고를 청취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관위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책임질 인사의 즉각적인 거취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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