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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외교안보 공약 비교, 李 ‘한반도 운전자론 계승’ vs 尹 ‘한미동맹 복원, 확장억제 강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8 23:47

수정 2022.03.14 17:07

[파이낸셜뉴스]
그래픽=이종윤 기자
그래픽=이종윤 기자
현 정부의 임기가 올해 5월 9일로 종료됨에 따라 차기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 본 투표일이 하루 앞(D-1)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별 외교안보 공약과 입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집권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은 '文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계승'이다.

반면 제1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한미 동맹 재건·한미연합훈련 정상화·확장억제 강화로 힘에 의한 북한 핵·미사일 능력 무력화'를 공약하고 있어 두 후보의 방향성이 극명하게 갈린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병사 급여 200만원'을 공약한 부분은 동일하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를 단계적으로 동시 교환하는 '스냅백(약속 위반 시 제재 복원)'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정책 초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맞춰졌다. 이 후보는 또 북한이 올 들어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지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유지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약화됐던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강화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경북 성주에 배치 후 계속되는 시위 등 파행 운영되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운영 정상화와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를 직접 구매하거나 추가 배치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의 안보 강화에 나서 북한 핵·미사일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가장 확실한 안보는 평화"라며 "우크라이나는 초보 대통령의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같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한다"며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일본에 대해서는 한일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인 반면 윤 후보는 미·중 대립 심화로 현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나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중국과 상호존중에 기반한 관계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현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에 눈감고 미사일 도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에 나서면 남북 평화협정을 준비하고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 추진 등을 통해 전폭적인 경제협력을 하겠지만, 그전에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고, 문재인정부가 지속적으로 불참했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희망적 사고에 매몰됐다”고 지적하며 유화 정책에 가까웠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핵 억제 능력이 위축되면 북은 더욱 한층 더 강화된 자세를 취할 거라고 판단하며 한·미 동맹 강화와 3축 체제를 포함한 독자적 군사 능력 강화를 외쳤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이 없다고 판단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전 가능성이 있을 시 협력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공약이다. 또 한 발 앞서 북한의 비핵화 선언 이후를 대비해 남북 공동 경제 발전을 고려해 계획을 동시에 추진한다. 여기에는 남북 간 방송 통신 개방과 청년·문화 교류 확대 등이 포함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대화의 문을 상시 개방하고 북한 인권 재단의 설립도 약속했다.

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사퇴한 안 후보의 책임 외교 전략을 살펴보면 ’자주·실용·평화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타 동맹국과의 보편적 가치와 입장을 기본으로 '북한과의 대화 진정성 강조'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도발 등에는 단호'해야 한다는 입장 등 외교 정책과 대북 정책은 윤 후보와 유사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조율하더라도 외교안보에 관련해선 별다른 이견은 없어 보인다.

현 정부는 '종전선언'을 임기 마지막 소명이라고 인식하는 듯 국내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대표적 사례다. 이 후보는 이러한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면 윤 후보는 종전선언의 부작용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정전협정도 묵살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따라서 사실 평화협정이 맺어진다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준수할지 여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대다수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우선 유엔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기존의 입장을 더 강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협상의 문을 닫고 또다시 통신선을 단전시키는 등 협상력 강화의 도구로 이용, 안보위기를 고조하는 방향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종전선언은 북한에게 회색지대 공략의 수단 하나를 더 쥐어주는 상황만 초래할 수 있다.
종전선언을 취소하게 되는 우스운 꼴이 되지 않으려면 '안보는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반을 두 접근법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은 현재 9.19남북 군사합의도 준수할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한국이 ‘평화’만을 부각하는 와중에 북핵은 고도화 다종화하면서 핵 완성을 향해 바짝 다가섰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미사일 대응능력은 약화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특히 확장억제 강화는 실질적으로 북핵 관련 한·미의 공조 수준을 높임으로써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술핵재배치나 핵공유가 의도치 않게 북한의 핵무기를 기정사실화하거나 인정해주는 식으로 역이용될 가능성이 있는데 반해, 확장억제 강화는 다소 소원해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나아가 결속력을 더욱 높이는 시너지를 창출의 기대효과가 있으면서도 이러한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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