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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는 16일에 디폴트 고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7 10:54

수정 2022.03.07 11:02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설치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현금자동인출기.로이터뉴스1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설치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현금자동인출기.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1998년에 이어 약 24년만에 또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6일이 고비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러시아의 첫 디폴트 고비가 16일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갚아야 할 루블 표시 채권은 3390억루블(약 3조4611억원) 규모이며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에 112억루블의 이자를 성공적으로 갚았다.

문제는 외화 표시 국채다. 러시아가 국제 시장에 갚아야 할 외화 표시 국채는 390억달러(약 47조8101억원) 수준으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약 6430억달러) 대비 크지 않지만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해외에 있던 외화가 현지에 묶였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지난 2일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이달 안에 7억달러의 외화 표시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가 오는 16일에 2건의 외화 표시 국채와 관련해 1억1700만달러의 이자를 내야 하며 계약상 루블로는 지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채권들에는 30일의 유예기간이 붙어있으며 이달 16일에 이자를 갚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5일까지 밀린 돈을 갚으면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러시아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1998년에 아시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자국 내 루블 국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하면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처음으로 외화 국채 때문에 디폴트를 겪는다고 내다봤다. 미 투자사 윌리엄 블레어의 마르셀로 아살린 신흥시장 채권대표는 “우리는 러시아가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보증료율은 5년물 기준으로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9% 수준이었지만 지난 2일 21%까지 치솟았다. 이는 그만큼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러시아 정부는 디폴트 여부가 서방의 제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6일 발표에서 "러시아 비거주자에 대한 국채 상환은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러시아 거주자에 대해서는 외화 표시 채권의 대금 지급을 루블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70% 추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무디스를 포함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이미 러시아 국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무디스는 6일 발표에서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3에서 4단계 추가 강등해 디폴트 직전인 ‘Ca’까지 낮췄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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