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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함과 승리의 상징... 대표곡 하이든 협주곡 '오겜' 기상송으로 쓰여 [코심의 生生클래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7 18:13

수정 2022.03.07 18:13

트럼펫
‘코심의 생생 클래식’은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쓰는 오케스트라 이야기입니다. 매회 주제를 바꿔 재미있고 생생한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용맹함과 승리의 상징... 대표곡 하이든 협주곡 '오겜' 기상송으로 쓰여 [코심의 生生클래식]
용맹함과 승리의 상징... 대표곡 하이든 협주곡 '오겜' 기상송으로 쓰여 [코심의 生生클래식]

화제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기상송이자 1980~9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하는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친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당시 작곡가들이 외면한 악기, 트럼펫에 창작열을 불사른 하이든의 실험정신이 빚어낸 불후의 명곡이다. 이 곡이 1796년에 쓰였으니 225년이란 세월을 거쳐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에 삽입된 걸 하이든이 안다면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금관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트럼펫은 용맹하고 밝은 음색과 높은 음역을 지닌 덕에 전쟁 때 신호 나팔이나 팡파르, 행진 등에 사용됐고 환희, 기쁨, 승리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악기로 자리 잡았다.



트럼펫 역시 다른 금관악기들과 마찬가지로 마우스피스에 입을 대고 숨을 불어 관 내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악기 끝 벌어진 부분인 '벨'의 모양이 악기의 음색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좁은 원통형 관이 완만하게 퍼지는 모양새를 가진 트럼펫이 화려하고 밝은 소리를 낸다. 힘차고 강렬하기만 할 것 같지만 부드러운 선율은 물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이만한 악기가 없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여러 표현에 있어 제약이 있었던 기존의 트럼펫은 작곡가들이 선호하는 악기가 아니었다. 입술의 모양과 호흡만으로 음정을 조절해야 했기에 한계가 컸다. 18세기 말 빈 궁정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안톤 바이딩거가 기존 트럼펫(내추럴 트럼펫)에 키(Key)를 달아 모든 음역의 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트럼펫을 고안해낸 것이 하이든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잊혀졌던 악기는 비로소 세상에 존재감을 발하게 됐다.

시대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트럼펫은 점차 진화되어 갔다. 1835년에는 반음계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로터리 밸브가 요제프 리들과 요제프 카일에 의해 발명됐다. 1870년경에는 피스톤 형식의 트럼펫이 등장하더니 옆에서 누르는 로터리 밸브와 위에서 누르는 피스톤 밸브가 합체된 트럼펫으로 발전하며 트럼펫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
이에 소화할 수 있는 음악 장르 역시 확장되어 갔는데 20세기 루이 암스트롱, 쳇 베이커 등 재즈 음악가들의 등장은 트럼펫을 정통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의 영역까지 탐하게 했다.

트럼펫을 뚜렷한 색채를 느끼고 싶다면 프랑스 작곡가 토마시의 '트럼펫 협주곡'을, 애조 띤 트럼펫 선율을 만끽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루이 암스트롱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을 권해본다.
무엇보다 평화의 메시지가 절실한 이 시기,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2막 2장 '개선행진곡' 속 승리의 기쁨을 머금은 트럼펫 솔로를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 나눌 날이 곧 오길 바란다.

이응우 코리안심포니 트럼펫 부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