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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앞에 닥친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7 18:34

수정 2022.03.07 18:34

우크라발 고물가 현실화
오일쇼크 악몽도 떠올라
경기 불씨가 사그라들면서 물가만 활활 타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2014년 이후 약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풍경. 사진=뉴스1
경기 불씨가 사그라들면서 물가만 활활 타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2014년 이후 약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풍경. 사진=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난이 세계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물론 주요국들 모두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고유가가 물가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7일 오전 한때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았다.
자칫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엄습할 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급등세가 이어지면 "배럴당 185달러까지 치솟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JP모간)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밀 값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곡물이나 다른 원자재 값도 급등세다.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다른 나라보다 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가뭄으로 인한 작황부진에 산불까지 겹쳐 밥상 및 외식물가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이다. 원유 수출량 세계 2위인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 강화는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고유가 변수로 물가가 4%대로 치솟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오는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러시아는 논외로 치자.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우리의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미국도 눈에 띄게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악재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3%대)보다 낮은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지지부진한 성장세에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할 것이라는 말이 된다.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이미 드리우고 있다면 물가안정이 급선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전가의 보도인 양 쓰는 공공요금 인상 시기 조절이나 이번에 다시 꺼내든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 정도론 미흡하다. 당장의 세수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유류세 인하폭을 더 확대해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성장세 회복 등 이에 대한 본격적 대응은 차기 정부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기 말 정부라도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대처가 필수다.
금융당국은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특단의 대책도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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