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대외안전망 강조
"외환시장 등 최악 시나리오땐 한미 통화스와프 다시 고려해야 물가·글로벌공급망 대책도 시급"
"외환시장 등 최악 시나리오땐 한미 통화스와프 다시 고려해야 물가·글로벌공급망 대책도 시급"
9일 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면 새 정부의 시간이 시작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당선인은 경제, 사회, 문화정책 전반에 목소리를 내게 된다. 하지만 새 정부는 출범부터 만만찮은 대내외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과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대외불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외환시장 안정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했다. 한미통화스와프 협정을 되살려 대외안전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급등 등) 거시경제 위험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통화스와프 살려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1~2주 전에는 오일쇼크 등의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대외발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량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이 막히면 유가급등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새 정부는 출범 초 1970~1980년대 오일쇼크(석유파동)와 맞먹는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발 위기 대응책은 현 정부나 새 정부나 모두 당면현안"이라며 "다만 국내 기업 보호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광우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세계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하면 시장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충격의 강도가 훨씬 강해진다"고 말했다. 환율불안은 수입물가 상승을 가져와 정부와 통화당국의 경기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외국인투자자 자본의 유출을 확대시킬 수 있다.
전 이사장은 "누가 되든 대외안전망 구축이 주요 과제이고, (최악을 상정한다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통화스와프를 되살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600억달러 규모 한미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거시경제 위험관리…공급망 재점검
성태윤 교수는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 부분의 관리가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식료품, 유류, 에너지 등을 비롯해 필수소비재의 가격상승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국민체감 생활고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하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세부적이고 심층적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과 리튬·구리 등 원자재, 밀과 옥수수 등 식량 등을 세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수출보다는 수입망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인수위 등이 단기 위기대응도 필요하지만 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정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결국 혁신을 통해 장기화됐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원활하게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새 정부가 규제완화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철 실장은 위기대응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당선인과 인수위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개혁정책의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고령화·저출산, 연금개혁, 건전재정 확보 등의 난제는 정부 초기에 다잡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김현철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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