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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정치, 유권자 투표만이 바꿀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8 18:35

수정 2022.03.08 18:35

포퓰리즘·네거티브에 실망
그럴수록 민심 죽비 들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제주시 동문시장 일대에서 열린 ‘제주와 함께 승리합니다’ 제주도 거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제주시 동문시장 일대에서 열린 ‘제주와 함께 승리합니다’ 제주도 거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9일 실시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하루 전까지 유세 강행군을 펼쳤다.
공표 금지(3일) 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은 백중세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이 어느 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이제 후보들은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선 공식 선거는 지난달 15일 시작됐다. 유력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시기부터 따지면 4~5개월이 흘렀다. 총평하면 실망, 그것도 대실망이다. 무엇보다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이·윤 후보의 배우자들은 끝내 유세장에서 사라졌다. 이런 비극, 아니 희극이 또 있을까. 5회에 걸친 대선 토론회는 무용론만 더 키웠다. 시청자 머릿속엔 대장동 난투극만 남았다. 오래전 '정치는 4류'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이번에 보니 정치는 4류가 아니라 5류다.

퍼주기 포퓰리즘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따라서 지금보다 복지를 넓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조잡하다. 그저 더 준다고만 할 뿐 어느 후보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용기도 없었다. 민주당은 197쪽, 국힘은 166쪽짜리 공약집을 냈다. 공약집은 온갖 감언이설로 가득하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마치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는 모양이다.

사전투표(4~5일)에서 불거진 관리부실 논란은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중앙선관위는 코로나 확진자 하루 20만명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벌써 오래전부터 일일 확진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고했다. 선관위는 이를 귓등으로 들었다. 본투표 뒤 선관위에 대한 일대 혁신이 불가피하다. 6월 지방선거는 새로운 체제 아래서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

후보들의 공약, 토론회, 네거티브, 선거관리 능력 등 모든 게 미덥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야 한다.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열쇠는 오직 유권자들만이 쥐고 있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37%에 육박하는 열기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8대 대선(2012년) 투표율은 75.8%, 19대 대선(2017년)은 77.2%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80% 벽을 넘어서길 기대한다. 높은 참여율로 유권자가 한국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선관위는 오후 6시 이후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에 한 치의 착오도 없어야 한다.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2015년 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당신은 투표, 투표, 투표, 투표를 해야 한다. 그렇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2022년 한국 유권자에게도 유효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 왔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골라보자. 우리가 던지는 한 표 한 표가 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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