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분야에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존재한다. 중국 분야가 그렇다. 양측 정책 공약집에선 '한중 간 실질협력 증진 및 한반도에서 중국의 긍정적 역할 유도'(이재명 후보), '상호존중 기반한 한중 관계' 구현(윤석열 후보) 등 두루뭉술하게 표현해도 사드 문제나 유세·간담회 발언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대선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한국에선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지 묻는다. 향후 한중 관계의 전망에 대해서도 문의한다. 물론 모른다. 정말 모르는 것도 있고, 대답해주기 싫어서 모른다고 한 것도 있다.
우리 대선에 미국 못지않게 관심을 갖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의존도는 높지만 중국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국이며 2위 자리도 넘보고 있다. 미국과 갈등이 증폭되는 최근 상황에서 한국은 더욱 핵심 국가일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구도의 형세까지는 좌지우지 못하더라도, 어느 편에 서는지에 따라 힘의 지렛대에 무게는 충분히 실어줄 능력이 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위치나 문화적 측면 모두 놓칠 수 없는 국가다. 중국인의 질문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진보·보수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중국과의 관계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중국 내에서도 각 진영 출신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특정 정권이라고 어느 한쪽으로만 판단하지 않아왔다는 의미다. 진보 때도, 보수 때도 긍정·부정적인 면은 공존했다.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냐보다는 오히려 정세와 이해 상황에 맞춰 시시각각 한중 사이는 변해왔다.
현재까진 중국과 관계가 표심을 얼마나 자극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중국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베이징동계올림픽 한복사건 혹은 한중수교 30주년 우호 등 특정 상황과 맞물려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미국에 망명한 차이샤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69)는 지난해 논문에서 중국 정부의 간계(奸計)에 대해 비판했다. 중국의 발언과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의 속내는 따로 있다. 친한·반한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지금 상황보다는 5년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대통령에게 소신대로 한 표를 주면 된다. 선거 뒤 한중 관계에서 국가를 위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하는 당선인의 임무도 필요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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