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현장클릭

[현장클릭] 이동걸 회장은 왜 책 ‘도시의 승리’ 꺼냈나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9 19:09

수정 2022.03.09 19:09

[현장클릭] 이동걸 회장은 왜 책 ‘도시의 승리’ 꺼냈나
"나에게 이익이 되면 옆집을 해체해도 되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말이다. 지난 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산업은행의 지방이전 논란이 뜨거워진 시점이었다. 당시 두 유력 대선 캠프에서 공공연히 주요시설의 지역이전을 강조했다. 특정 후보는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을 공약으로 넣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지방이전 필요성은 선거때마다 단골 이슈였다.
2019년에도 지역 정치인들이 산은의 지방이전을 언급했고 당시에도 이동걸 회장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이전 필요성에 강하게 반대했다. 글로벌 금융사업을 확대해야 할 시기에 지방이전은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올초에도 정치권에서 지방이전을 거론하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지방이전 주장에 대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외부성(externality)으로 들 만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외부성이란 어떤 행위가 제3자에게 손해나 이익을 주더라도 자기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산업은행이 지방이전을 할 경우 지역에는 이익이 돌아가고 피해가 없다. 하지만 국가 경제상 간접적 손실이 더 클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 입장에선 나쁠게 없다. 우선 지역 소비가 늘고, 일부 고용창출도 될 수 있다. 대기업 본사나 대형 금융기관이 온다면 자발적인 지역사회공헌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 프레임으로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재 확보다. 기관 시설이 지역으로 바뀌는 순간 중요한 연재를 영입하거나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확연히 줄어든다. 특히 글로벌 교류를 해야 하는 시기라면 본사가 지역에 있을 경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산·학·연 집적 효과도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동걸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들어보이며 읽어보라고 강조했다.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래이저가 쓴 '도시의 승리' 한국어판 서문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있다고 한다. "서울은 한국을 아시아, 유럽, 미국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서울의 교통 인프라는 그들 머릿속 아이디어가 한국 안팎으로 흐를 수 있게 해준다". 5월 초 임기를 시작하는 새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인 셈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