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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통큰 성과급에… 디스플레이업계 이직 잇달아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9 19:10

수정 2022.03.09 19:10

반도체 호황인데 인력은 부족
제조공정 비슷해 업계서도 선호
반도체 통큰 성과급에… 디스플레이업계 이직 잇달아
역대급 성과급 잔치와 업황 호황에 반도체 업계의 문을 두드리는 디스플레이 등 타 업종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반도체 업계도 업종과 무관하게 개발 경험을 갖춘 엔지니어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시행한 경력사원 채용에 디스플레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지원이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이 반도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증착(기판 위에 금속·비금속 가스를 입힘)·노광(회로선폭 형성)·식각(필요한 만큼 물질을 깎아냄) 등의 공정 과정을 거친다.

타 업종 종사자들의 지원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역대급 성과급 잔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에 기본급의 300%를, SK하이닉스는 기본급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한 데 이어 기본급 1000%를 추가 지급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투자 확대에 따른 인재 수혈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조 공정이 비슷하고 산업 이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업종 종사자를 선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기업(IDM)간 이직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품·장비 등 업계 전반에 걸쳐서 경력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고급인력 확보가 반도체 업계 우선 순위로 떠오르면서 타 업종까지 인재 풀을 넓혀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타 업종에도 눈을 돌린 데는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점이 꼽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고려대·카이스트(KAIST) 등 국내 대학들과 손잡고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만들어 직접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반도체 산업에서 오래 몸담은 엔지니어들의 정년을 사실상 없애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시니어 트랙' 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고, SK하이닉스도 사내 대학인 'SKHU'를 통해 '정년없는 엔지니어'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기업의 인재 충원·육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체 인력 풀을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지역 균형을 사유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원 길이 막힌 상태다. '2020 반도체 산업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반도체 석·박사 졸업자 수는 2017년 143명에서 2020년 115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계약학과 운영비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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