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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 당선인, 경제 비대위부터 가동시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9 20:23

수정 2022.03.09 20:23

승리 자축할 여유도 없어
퍼펙트스톰 대응책 시급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호를 5년간 이끌어갈 새 선장이 뽑혔다. 이제 승패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다. 지금 당선인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선의 기쁨을 누릴 여유조차 없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엄중하다. 5월 취임까지 두 달 남았다. 우리는 최우선 과제로 경제비상대책위 가동을 제안한다.

나라 안팎을 보라. 퍼펙트스톰이 따로 없다. 코로나 장기침체에서 간신히 벗어나는가 싶더니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대형악재가 터졌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이다. 벌써부터 3차 오일쇼크 이야기가 나온다. 니켈 등 다른 원자재 값도 수직상승 중이다. 밀을 비롯한 곡물 값도 꿈틀댄다. 심지어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나온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석좌교수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신흥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른다.

인플레이션은 우려에서 현실로 바뀌었다. 물가 뜀박질 속에 성장은 바닥을 기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코앞에 닥친 느낌이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고물가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물가를 잘못 다루면 종종 정권이 흔들린다. 이제 이 모든 짐을 대통령 당선인이 져야 한다. 대선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는 사치다.

경제비대위는 과거 롤 모델이 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당선인은 곧바로 임창열 경제부총리를 불러 나라 곳간 사정부터 물었다. 김 대통령은 당시 상황을 "충격이었다. 나라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언제 파산할지 몰랐다"고 회고했다('김대중 자서전' 2권). 김 당선인은 즉시 정부와 당선인 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12인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김 대통령은 "비대위는 사실상 경제 비상 내각과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일군 것도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전의 일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는 3년8개월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빚을 조기상환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냉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20여년 전 외환위기에서 보듯 한국 경제를 뿌리째 뒤흔드는 위기는 바깥에서 온다. 지금은 당선인이 자잘한 수백개 공약보다 외부충격 완화에 전력을 기울일 때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는 미국 정치학자들의 연구를 인용, "준비된 당선자만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대통령 취임 후 국정운영의 좌절과 실패는 정권인수 기간에 잉태된 것"이라는 것이다.
5년 전 문재인 당선인은 전임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상 초유의 혼란 속에 투표 다음날 바로 집권했다. 그에 비하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 달 말미라는 행운을 얻었다.
중요한 건 당선인이 그 기간에 무엇을 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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